의료정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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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보건의료 인력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을 위한 제언 / 전 우 택
 
<편집자 주> 올해는 남북정상 회담과 판문점 선언이 있었고, 미북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내외 정세가 요동치는 한 해였다. 많은 전문가들이 남북한 사이의 인적‧물적 교류 협력이 과거 보다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특히나 많은 교류가 기대된다.
이에 <계간 의료정책포럼> 연속 시리즈 기획을 통해, 남북한 교류협력의 시대에 북한의 의료체계에 대해서 상세히 살펴봄으로써 의사회원 및 국민들에게 북한의 의료, 특별히 의사와 관련해서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시작하는 말

70년 간 얼어붙어 있던 한반도의 정세에 작은 변화의 징후들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지금의 상황이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나갈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어떠한 형태와 속도를 가지게 되든지, 남한과 북한 사이에 교류와 협력이 시작되고 그것이 점차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런 교류와 협력에서 보건의료 영역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 될 것이다. 보건의료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이라는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영역을 다루며, 남과 북이 공동으로 의미 있게 해 나갈 수 있는 사안들을 매우 풍부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남한과 북한이 보건의료 영역에서 단계적으로 어떤 것을 이루어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정밀한 검토와 정리가 매우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WHO(2000)1) 는 보건의료체제를 구성하는 여섯 가지 요소로서 의료 서비스 전달, 보건인력, 보건정보, 의약품 및 기술, 건강재정, 지도력을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향후 남한과 북한의 보건의료 교류협력에서도 이 여섯 가지 영역에 대한 검토와 정리가 필요할 것이다. 이에 대한 전체적인 논의는 저자가 발표한 <한반도 건강공동체 형성을 위한 보건의료 준비>2)에서 다룬 바 있다. 본 글에서는 그 중 보건인력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력 방안을 검토할 때 먼저 고려할 사항들 몇 가지를 제안하도록 한다.


보건의료 인력 분야에서의 교류협력 시 고려할 사항들

첫째, 북한이 정상국가로 국제사회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여야 한다.

남한과 북한이 여러 영역에서 교류와 협력을 시작하게 된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북한이 드디어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 진입하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우리도 이제부터는 북한을 위기 상황 속에 있는 “특수하고 비정상적 국가”로서 대하지 않아야 함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0년대 북한은 소위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의료붕괴 및 극도의 의약품 부족 사태에 직면하였고, 전 세계와 남한에서는 북한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많은 의료 지원을 하였다. 그리고 당시 북한도 매우 다급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보면 아무런 제한 없이 세계와 남한이 제공하는 것들을 거의 다 받아들였다. 그러나 상황을 어느 정도 수습한 다음인 2002년, 북한은 그러한 일방적인 인도주의적 지원은 더 이상 받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였고, 앞으로는 철저히 공동의 개발협력 사업으로만 외부와의 교류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3) 따라서 향후 북한이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 진입하게 되면, 이러한 북한의 입장은 더욱 강화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남한은 북한과 관계를 맺어 갈 때, 마치 지금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과 관계를 가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외교적, 국제관계적 형식과 내용을 그대로 가져야 한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낯선 일이지만, 앞으로는 당연한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보건의료 영역이 가진 비정치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성격을 인식하여야 한다.

남한의 보건의료인들 입장에서 보면, 보건의료 영역은 정치적인 색을 가지지 않고 가장 효과적이고 의미 있는 남북 간의 교류를 열 수 있는 도구가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남북 관계가 설사 경색된다 할지라도, 보건의료 영역에서의 교류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런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이 그렇게 단순한 것만도 아니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보건의료란 주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즉 국가와 당이 어버이처럼 인민들을 보살피고 있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체감하도록 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실제적인 도구이며 상징으로 보건의료를 이용하여 왔던 것이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전통적으로 당과 지도자가 인민을 “정성을 다하여 돌보는 것”을 북한의 보건의료 일꾼들이 주민들에게 대리자(代理者)로서 보여 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소위 “정성의학, 정성의료”가 강조되어 왔다.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 속에 북한 정부의 그런 기능은 많이 약화되었지만, 그 개념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즉 자본주의 국가 체제 하에서도 보건의료는 사회적, 정치적 성격을 가지지만,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그 양상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에서 보건의료 영역이 가지는 다양한 심층적 함의를 충분히 이해하고 보건의료 사안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보건의료 영역에서도 보건인력 사항은 중요하면서도 민감한 사항이다.

북한에서 보건의료가 가지는 의미를 볼 때, 보건의료의 6개 구성 요소 (의료 서비스 전달, 보건인력, 보건정보, 의약품 및 기술, 건강재정, 지도력) 중 의약품 및 기술 등, “물건”과 관련된 사안은 북한의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반면, 보건인력과 같은 “사람”과 관련된 사안은 훨씬 더 신중한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이 진정한 의미에서 정상국가가 되고, 한반도 안에서와 국제적으로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며, 그것을 통하여 국가의 발전을 이루어 나가려면, 남북한 “사람”들, 즉 보건의료인들의 만남과 교류는 불가피하다. 그리고 북한의 보건의료인들이 계발되어야 북한의 보건의료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북한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북한의 딜레마적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에 향후 북한의 보건인력과 관계된 일을 해나가게 되는 남한의 보건의료인들은 매우 신중하고 사려 깊은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것은 북한과 북한의료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서 구체적으로 표현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북한 주민들은 북한 의료인에 의하여 진료를 받게 될 것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남한의 어떤 분들은 남한과 북한이 자유롭게 오가게 되면, 수준이 더 높은 남한의 의사들이 북한 지역에 들어가 북한 주민들을 진료하여야 하고, 보건의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여러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은 생각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정상국가로 존재하는 한, 남한의 의료인이 자유롭게 북한에 들어가 진료 행위를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마치 미국의 의사들이 남한에 들어와 자유롭게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일본 정부가 남한의 보건의료를 책임지지 않는 것처럼, 정상국가 북한의 보건의료를 남한 정부가 책임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원칙적으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진료는 북한 보건의료인이 담당하게 될 것이다. 다만, 그 동안의 경제적 낙후 및 국제적 고립으로 인하여 북한 보건의료인들이 최신 의학지견과 의약품, 의료기자재를 접해 보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 보건의료인들이 단계적으로 발전해 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는 것은 중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보건의료인들에 대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영역도 있을 수 있고, 북한의 의대생 등 보건의료 관련 학부학생 교육을 지원하는 영역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언어적 제한점을 가지고 있는 외국의 보건의료인들 보다, 남한 보건의료인의 역할이 더 필요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를 해 나가는 것이 이제부터 남한 보건의료인들의 주요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는 말 - 불규형과 균형의 조화를 향하여

국가경제 규모 상 45배의 차이가 나는 것이 남한과 북한이다. 양 측이 가진 조건은 완전히 “불균형 상태”에 있다. 그러나 북한이 정상국가의 조건을 갖추고 국제사회에 들어서게 되면, 남한과 북한은 “정상국가 대 정상국가”로서의 외교적 “균형 상태”를 가지고 관계를 맺어 가야 한다. 이런 “불균형과 균형”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는가가 향후 남북관계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 여기서, 보건의료 영역은 매우 중요한 모범이 될 필요가 있다. 인간에게 가장 숭고한 생명을 다루는 영역이기에, 다른 영역보다 훨씬 더 “높은 차원의 가치”를 함께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의 많은 갈등 요소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상호존중과 인내심, 그리고 지혜를 가지고 하나씩 극복해 나가는 것을 다른 영역보다 먼저 잘 보여줄 수만 있다면, 그것은 남북한 교류협력의 전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선례가 되고 모범이 될 것이다. 그것이 지금 남한과 북한에 있는 보건의료인들이 가진 공동의 민족적 과제이다.

 
1) The World Health Report 2000 – Health System; Improving performance. Geneva, World Health Organization, 2000
2) 전우택. 한반도 건강공동체 형성을 위한 보건의료 준비. 전우택 외, 한반도 건강공동체 준비. 박영사, 서울. 2018, p.3-26.
3) 신희영 등. 통일 의료 – 남북한 보건의료 협력과 통합.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서울. 2016. p.134

 

 

 

작성일 :

 2018-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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