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포럼
 
 
 

시론

제목
우리나라 의사의 위상 / 김 홍 식
 

대학입시에서 의과대학에 지원하려면 최상위의 성적을 얻어야 지원이 가능할 정도로 의사는 장래희망으로 인기가 높은 직업이다. 그러면 현직 의사들은 자신들의 위상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할까? 필자가 동료 의사들과 대화해보면 다수의 의사들은 위기를 느끼고 있으며, 미래 전망에 대해서도 밝게 생각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반인들도 의사를 대하는 시각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존경하는 의사에서 도덕성 없고 돈만 밝히는 의사라는 이미지가 부각되었다. 수면내시경 환자에 대한 추행, 다나의원 사건, 대구 백혈병 환아 사망, 신해철 위 절제 후 사망, 마늘주사 환자 사망, 간호사 대리 수술 등 일련의 의료 관련 뉴스가 의사의 위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이대목동병원 영·유아 사망의 경우에는 진위여부조차 확인하지 않고 진료의사를 구속하고 사회적으로 매장하였다. 대내외적으로 의사라는 직업이 부정적으로 각인된 것은 의사들이 위기 상황에 놓여있음을 반증한다. 본 고에서는 의사라는 직업이 왜 위기인지 그리고 의사의 직업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방도는 없는지 생각해보기로 한다,


의료제도 대변혁으로 시작된 의사의 위기

필자는 40년 전에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필자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수련을 받던 시기는 의료 환경이 크게 변하는 시기였다. 1989년 7월은 전국민의료보험제도가 시행되었으며 1998년 건강보험관리공단이 만들어졌다. 2000년에 의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약분업이 도입되었고, 2001년에는 의료수가에 상대가치점수제도가 도입되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제도가 시작된다. 많은 의료행위가 행위별수가제에서 포괄수가제로 바뀌고 지금은 비급여 의료비의 전면 급여화가 추진 중이며 2004년부터 지금까지 의료수가 지불제도를 총액계약제로 전환하려 시도 중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관리자인 정부는 항상 공급자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유지하여 의사들은 경제적ㆍ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과도한 의사 배출

우리나라는 한해 3,300명의 의사가 배출된다. 필자가 의과대학에 입학할 때 전국에 15개 의과대학에서 졸업생은 1,500명에 미치지 못했지만 이후 20년이 안 된 기간 동안 의과대학은 41개로 늘어났으며 졸업생은 3,300명으로 급증했다. 인구 100명당 의사의 수 증가율에서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가장 높은데 인구증가율 등을 고려하여 20년 동안 의과대학을 신설하지 않은 일본과 정반대였다. 의과대학 설립이 정치 도구로 전락하면서 의학교육 인프라 구축문제와 의사 수 급증으로 초래될 사회문제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의사들은 과도한 경쟁을 감당해야 했다.


빼앗긴 전문인의 자긍심

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의료수가는 공급자대표와 건강보험공단이사장이 상호계약으로 결정하게 되어있지만 실제 상호계약으로 수가를 결정한 경우는 두 번에 불과하고 해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한 장관고시로 의료수가는 일방적으로 낮게 결정되었다. 대부분 의료기관은 정부 지원 없이 민간의 투자로 설립되는데, 의료수가 결정에서는 공급자의 손을 묶어 일방적으로 저수가로 결정한다. 의사들이 낮은 의료수가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개원의사의 경우 의사 1인이 하루 60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해야만 하는데 많은 환자를 유치할 수 없는 전문과들은 속속 무너져 자신의 전문 술기를 포기해야 하였다. 분만하는 병원이 사라졌고 분만하는 의사가 사라졌다. 외과 분야 전문의들이 자기 전문과 진료를 포기하고 미용, 성형 등 건강보험과 무관한 진료에 나섰다. 이런 의료 왜곡현상은 점점 더 심해져 이젠 국민이 반드시 필요한 진료까지 제대로 받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또한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의사들에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마련하는 심사기준에 따라 진료하도록 강요한다. 의사들은 진료 자율성을 빼앗겼고 전문인으로서의 자긍심도 잃어버리고 말았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의사들

의료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제도가 도입될 때마다 의사들이 불이익을 받으니 의사들은 강경해졌다. 대정부 투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의정관계는 나날이 악화되었다. 그뿐 아니라 공급자를 억누르려는 시민단체와 언론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어 의사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되었다. 의사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사회적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


의사 직업의 위상 제고를 위한 제언

의사직업의 위상 제고를 위해서는 많은 제도들이 개선되어야 한다. 단일공공보험 강제지정제도 개선해야하고 수가 결정 구도도 공정하게 바꿔야하며 의과대학 정원 관리와 한의학 등 다른 보조 의료수단도 관리해야한다. 하지만 제도 개선은 우리 의지만으로 성취할 수 없다. 의사들은 우선 감당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그것은 대내적인 것과 대외적인 것이 있다.
대내적인 노력으로는 의사들에게 윤리의식과 사회성을 고취시키는 일이다. 의료분야가 다른 분야에 비하여 보다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안다. 하지만 의과대학 교육 과정과 의사가 되어 받는 연수 및 보수교육에 도덕성과 윤리의식 고취에 관한 내용이 전무하다, 개개인 의사들이 알아서 자율적으로 챙겨야 할 도덕성과 윤리의식은 의사의 직업적 위상과 밀접하므로 전적으로 개인 의사의 판단에만 맡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의사협회는 진료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윤리와 도덕성 문제에 대해 법률적, 관습적, 사회적인 문제를 세밀하게 정리하여 회원에게 반복적으로 교육하고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 의사회원 개개인은 자신의 언행에 전체 의사의 위상이 걸려 있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각별히 도덕적ㆍ윤리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지금도 의사 직업이 다른 직업군에 비하여 도덕적ㆍ윤리적으로 나은 직업으로 드러나지만, 의사들은 각자가 노력하여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갖추어야 한다. 의사협회 차원에서 윤리 및 인문사회 관련 지침을 보완하거나 새롭게 마련하여 의과대학 커리큘럼에 관련 내용을 반영하도록 하고 의사협회로부터 말단 조직까지 전문 의학교육 이상으로 윤리와 도덕성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 사람들은 실수를 저지르고 난 후에 비로소 자신의 실수를 후회한다. 하지만 의사들의 의료행위와 관련하여서는 실수를 저지르기 전에 협회가 조직적으로 계도해야 의사의 위상이 제고될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는 일이 시급하다, 많은 의사들이 무료 진료 등 봉사활동에 나서고 사회지원에 동참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들이 의사의 사회적 고립을 벗어나게 하진 못했다. 지엽적인 봉사나 사회 활동에 더하여 의사 조직 전체가 국민을 상대로 움직여야 현재의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현재 의사들이 처한 상황에서는 국민들과 소통할 방도가 마땅치 않다.
우선 의사들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의사들만 할 수 있는 일을 매개로 국민과 소통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 동안 의사협회는 보건의료정책 내용으로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하지만 보건의료정책은 국민들에게는 배우지 않은 외국어와 같다. 소통할 수 없는 언어로 국민과 소통하려 한 것이다. 이제는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건강문제를 일상의 언어로 소통해야 한다. 일례로 의사협회가 의학회 및 관련 단체와 공조하여 표준건강정보를 구축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방송, 신문, 잡지에 넘쳐나는 엉터리 의학정보를 근절하고 자신의 이득만 챙기려는 쇼 닥터들이 내놓는 잘못된 의학정보를 바로 잡고 정확한 의학정보를 알리는 것이다. 관련정보를 제공하며 광고로 의사협회의 주장을 넣으면 다수의 국민들이 의사들의 주장을 보게 된다. 의사 단체의 위상이 크게 높아지고 의사 직업의 위상도 제고 될 수 있다.


맺음말

필자는 의료제도 대 변혁기 동안 의사로 살며 의사의 위상이 크게 달라지는 현상을 직접 겪었다.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좌절할 때도 있었지만 아직 의사 직업의 위상이 다시 높아질 것이라는 희망은 놓지 않았다. 개개인 의사들이 자신이 진료하는 환자로부터 존경을 받는 만큼 의사들의 전체 위상도 의사 본래의 모습만 보여줄 수 있다면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의사 직업의 위상 제고를 위해 제안하는 것은 단순할 수도 있지만 사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대내적으로 저항도 있을 것이고 다른 시급한 문제에 밀려 실천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후배 의사들을 위해서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제안이다. 의사로서 내가 물려받은 의자를 다음 사람에게 고스란히 돌려줘야하는 사명이기도 하다. 의사의 위상 제고를 위해 모든 의사들이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주기를 바라며 글을 접는다.

 

 

 

 

작성일 :

 2018-10-19

 
 
 
  Untitled Document
 
해당 호 목차

Untitled Docu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