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포럼
 
 
 
안아키 사태가 우리에게 남긴 과제 / 강 병 철
 
<편집자 주> 최근 일명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인터넷 카페가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홍역백신 등 필수 예방접종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하거나, 중이염을 앓는 아이에게 간장으로 비강세척을 한다거나 하는 등 의학적 근거도 없는 치료법들을 홍보함으로써 아동학대 내지는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 범죄라는 지적이 있었다.
의료계에서는 안아키 사건이 근거 없는 자연치유법의 허상이 드러난 것이라며, 가짜뉴스 보다 더 위중한 범죄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안아키 사태에서 과연 무엇이 문제이고,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지, 나아가 우리사회가 얻어야 할 교훈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서론

미세먼지가 전국을 부옇게 덮었던 올해 봄, 모든 사람을 경악시킨 사건이 보도되었다. 소위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파동이다. 대구에서 개인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가 ‘자연주의 육아’를 표방하는 인터넷 카페를 설립하면서 시작된 이 사건은 전말이 비교적 상세히 보도되었다[1]. 그러나 항상 그렇듯 언론 보도는 선정성과 비전문성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 채 느닷없이 의료계를 끌어들여 어설픈 양비론을 펼치는 등 실망스런 행태를 보였다. 이에 따라 SNS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담론 또한 사건의 본질을 바로 보지 못하고 아동학대냐 아니냐, 의사들이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않으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게 아니냐 등 희생양 찾기에만 골몰하다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이 카페의 존재를 알았고, 계간지 <스켑틱>에 과학적인 관점에서 안아키를 비판하는 글까지 쓰게 되었다[2]. 글을 쓰기 위해 안아키의 설립자인 한의사 김효진의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란 책을 수차례 통독하고, 카페에도 가입하여 게시되는 글을 꾸준히 살펴보았다. 나중에는 김씨가 운영하는 한의원에 사람을 보내고 직접 전화를 걸어 소위 ‘해독요법’이 무엇이며, 어느 정도의 비용을 받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보았다. 안아키 사건이 수면 위로 부상한 후에는 전개 과정과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담론들을 꼼꼼하게 추적했다. 그 과정에서 이 사건이 현대의료가 직면한 몇 가지 문제는 물론, 현재의 대한민국이라는 특수한 시공간에서 의료와 건강에 관심을 지닌 모든 사람이 깊이 음미할 만한 주제들을 잘 드러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본론에서는 우선 안아키 사태의 경과와 언론 보도의 변화 양상을 간략하게 살펴보고, 그 속에서 현대사회와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의료인은 물론 일반인도 관심 있게 살펴보았으면 하는 문제들을 살펴볼 것이다. 그 후 의료인들에게 몇 가지를 제안하며 결론에 갈음하고자 한다.


본론


1. 발흥

안아키 사태의 경과는 전말이 소상히 보도되었으나 한 눈에 볼 수 있게 잘 정리된 사이트로는 나무위키가 있다[1]. 2013년 네이버에 ‘자연주의 육아’를 표방하는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란 카페가 개설되어 사람들을 끌기 시작했다. 이들은 열이 나도 해열제 쓰지 않기, 아토피에 연고는 물론 보습용 로션도 바르지 않기, 백신 맞지 않기 등 현대의학의 원칙을 부정하는 말을 퍼뜨리며 세를 불렸다. 대안으로 발효식과 해독을 강조했는데 이를 위해 카페 회원들이 모여 장을 담그는 행사를 열고, 숯가루를 판매하는 등의 방법을 썼다. 의학적 근거가 없는 데도 회원이 계속 늘어난 것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서사를 많이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들에 의하면 아토피는 피부에 열이 쌓여 생긴다. 따라서 땀을 내어 열을 빼야 한다. 긁어서 큰 상처가 나면 땀구멍보다 더 큰 구멍이 나므로 열이 더 잘 빠져나간다. 따라서 긁어도 그냥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엄마들은 건강한 아이를 낳았는데 병원에서 아픈 아이를 만든다”거나 “엄마들은 직장에 다니랴, 아이를 키우랴 정신이 없다”는 감성 어린 위로도 적절히 섞었다. 햇빛 많이 쬐기, 밖에서 많이 뛰어 놀기 등 건전하고 바람직한 육아 원칙도 함께 권유했기 때문에 일반 대중이 보기엔 황당한 것 같다가도, 심지가 곧고 뚝심 있게 올바른 방향을 추구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입소문을 타고 서서히 커가던 안아키는 2016년 김효진씨가 출간한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급속히 세가 불어났다. 이 책은 건강서 분야의 정상을 질주하며 아직도 상당한 판매고를 기록 중이다. 카페를 통해 숯가루와 ‘가장 순하게 만든’ 아토피 비누를 팔고, 한의원에서는 사실상 관장에 불과한 ‘해독요법’을 하며 이윤을 확보했다. 재미있는 것은 필자가 알아본 바로 ‘해독요법’이 그리 비싸지 않았다는 점이다. 관장 후에는 온돌방에서 아이를 재우고 죽을 제공하는 등 ‘돌봄을 받는다’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 한의원은 대구에 있었는데 서울 등지에서 오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제휴 한의원’에서 똑같은 요법을 제공하므로 굳이 멀리서 올 필요 없다는 식으로 ‘극악스럽게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이윤보다 그릇된 신념에 사로잡혀 그것을 전파하는 데 더 관심이 있었는지, 비교적 건전한 이미지를 구축하여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을 얻으려는 포석이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의 경제적 이익이 결코 작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다.


2. 몰락

안아키 카페는 책이 출간된 후 급속히 커졌다. 필자가 <스켑틱>에 글을 썼던 2016년 여름 3만 명이던 회원 수가 2017년 봄에는 6만을 헤아렸다. 차차 무리한 ‘치료’에 피해를 보는 어린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예방접종을 받지 않고 어린이집에 가는 아이들 때문에 갈등이 생겼고, 한쪽 부모가 안아키에 빠져 가정불화를 겪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인터넷에 아토피를 치료하지 않아 피부가 상한 아이들의 끔찍한 사진이 돌더니, 급기야 열이 나는데도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티다 뇌막염의 치료시기를 놓쳐 영구 장애가 남았다는 이야기까지 알려졌다. 이들은 ‘원칙’에 따라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티던 아이가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글이 카페에 올라오면 김효진씨 본인이나 다른 회원들이 답글을 달아 불안감을 가라앉히면서 내부 결속을 다졌다. 어린이의 열성질환이 대부분 저절로 좋아지므로 통하는 수가 많았겠지만, 당연히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피해 사례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이 과정에서 40도의 온수에 화상 부위 담그기, 알레르기와 감기에 간장으로 비강 세척하기, 열경련에 관장하기 등 엽기적인 치료법들이 알려졌다. 언론이 가세하고, 시민단체의 고발에 이어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카페는 폐쇄되었고 김효진씨는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 하지만 그는 그 와중에도 신문 인터뷰를 통해 ‘전 국민 수두 파티를 하고 싶다’는 망발을 서슴지 않는가 하면[3], 안아키 카페를 다시 결성하고 지난 달 《화상 치료의 반란》이란 책을 출간하는 등[4] 세상을 비웃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3. 언론의 보도 행태

우리만큼 문제가 많으면서도 문제 해결 방식이 초보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사회는 없다.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분석하고, 피해를 수습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보편타당한 방식 대신 희생양부터 찾기 때문이다. 희생양을 격렬하게 비난하고 문제의 모든 원인을 투사한 후 십자가에 못 박는 방식은 한풀이 푸닥거리는 될지언정 사회의 성숙으로 연결되지 못한다. 문제는 그대로 남아 똑같은 모습으로 반복되며, 개인과 집단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느라 갈수록 갈등과 반목만 심해진다. 이런 불합리의 원인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언론의 책임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사실이다.
안아키 사태 역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러나 대부분 선정성과 비전문성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일단 비난의 화살은 당사자인 한의사를 향했다. 황당함과 함께 아동학대라는 비판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 다음에는 그런 황당무계한 소리에 휘둘린 보호자들이 도마에 올랐다. 이들은 피해자일 뿐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좀 더 ‘의식 있는 척’하는 논조가 등장한다. ‘의사들이 설명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안아키 같은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조금 폭넓게 사태를 파악한 것 같지만 역시 희생양 찾기라는 구도를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행태다. 건강과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의사들이 희생양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렇게 고식적인 양비론은 문제 해결에 방해가 될 뿐이다. 의사의 설명이 문제가 아니란 것은 우리보다 훨씬 의료 시스템이 좋고, 의사들이 많은 시간을 환자 교육에 할애하는 나라에서도 비과학적인 사기꾼들이 판을 친다는 사실로 쉽게 알 수 있다.


4. 과제

선정적인 언론 보도 중에 눈에 띄는 두 가지 평론이 있었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의 ‘안아키, 단지 ‘반지성주의’만 문제일까?’[5]와 사회진보연대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건강한 육아를 위해 필요한 것’[6]이다. 전자는 ‘예방접종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유발하는 주요 정보들이 인터넷을 통해 유통된다는 것’과 ‘이들이 구사하는 설득력 있는 의사소통 전략’을 언급하면서 ‘왜 자연주의 육아가 부모들의 관심사가 되었는지, 현재의 보건의료체계와 사회가 충족시키지 못하는 필요(needs)는 과연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자’고 제안한다. 후자는 ‘육아 책임을 혼자서 떠안게 되는 엄마의 고충에 공감하면서 병원의 상업화된 현실을 비판하고 소아 건강 문제의 원인으로 현대의학을 지목’하는 안아키의 주장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여성에게 일과 육아를 모두 강요하는 이중부담의 현실. 알러지 질환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대증치료만 하는 현대의학. 주변에 어떤 유해 화학물질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불안감. 여기에서 비롯하는 무력감이 부모들로 하여금 안아키 치료법을 맹신하게’ 만들었지만 ‘현대의학의 폐기가 대안이 될 순 없다. 현대의학의 과학적 성과들은 오히려 사회운동에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과학적, 합리적 사고의 수준이 낮은 편이다. 뭐든지 빨리빨리 해결하려는 습관과 이분법적 사고에 젖어있기 때문이다. 과학적 사고는 당연해 보이는 사실에 대한 회의, 객관적 근거의 수집, 검증과 재검증 등 일정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익과 위험을 저울질하면서, 불확실성과 합리적 위험을 감당하겠다는 태도 역시 중요하다. 의학은 일종의 응용과학으로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의사결정을 한다는 본질적인 측면을 대중에게 전파하는 것이 급선무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범람 또한 심각하다. 소위 ‘자연주의 육아’나 ‘反백신 운동’ 등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옛날에는 하나의 원칙이 성립되기까지 수많은 가설과 주장/반박, 검증/재검증, 채택/기각의 과정이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원칙’이 아닌 ‘과정’이 거의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형국이다. 때로는 의료인도 신호와 잡음을 구분하기가 힘든데 일반 대중이 어떨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서구제국주의의 침탈과 세계화/신자본주의의 모순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지역으로 ‘서양 것’에 대한 반감이 유난히 심하고, ‘우리 것’에 대한 맹목적 애정이 과도하다. 이러한 성향은 사회경제적 상태와 정치적 입장에 관계없이 폭넓게 퍼져 있으며, 심지어 과학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서도 흔히 관찰된다. 이러한 성향이 의사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과 맞물리면 언제라도 안아키 같은 ‘유사의학’, ‘反의학’이 활개칠 수 있다.
최근 주목 받는 ‘전문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 또한 인터넷과 무관하지 않다. ‘나도 너만큼 알아!’라는 태도로 상징되는 이러한 경향은 이미 의료인들이 일상적인 진료 중에 피부로 느끼는 것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확대일로에 있는 평등주의와 맞물려 더욱 심해질 것이다[7].


결론 – 의료인은 어떻게 해야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건강과 보건 영역에서 전문가 집단으로서 책임을 다하면서 여론을 주도해야 한다. 방법론적으로 두 가지를 챙길 필요가 있다. 첫째, 발 빠르게 전달해야 한다. 유사의학, 反의학적인 주장이 나오거나, 사회적인 이슈가 터질 때 신속하게 의견을 발표해야 한다. 최근 문제가 되었던 살충제 달걀이나 발암물질 생리대 등 건강에 민감한 사안은 물론, 창조과학자의 장관 지명 등 폭넓은 영역에서 객관적이고 권위 있는 의견과 지침을 내야 하는 것이다. 둘째,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한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에서 지적했듯 ‘설득력 있는 의사소통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전담팀을 만들고, 각 분야 전문가와 즉시 소통하여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최근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과학계와 연대하여 외연을 넓혀야 한다. 모두 큰 비용이나 노력 없이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는 길이다. 가능하다면 反의학적인 주장에 대처하는 기구를 마련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한의사를 비롯해 자신의 이익을 침해당하면 소송을 제기하는 추세가 점점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용기 있게 문제를 제기했다가 송사에 휘말려 개인적으로 막심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면 올바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이 갈수록 약화될 것이다.
또 하나 의사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일관성 있고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의료인은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의견을 개진해도 외면당하거나, 악의적이고 조롱 섞인 반응을 마주하는 일이 많다. 이런 편견은 넓고 뿌리 깊은 데다, 무엇보다 의료를 둘러싼 왜곡이 매우 복잡하기에 일반인들에게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장기적인 계획과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때 무엇보다 외부의 눈으로 봐야 한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비급여 급여화 정책을 둘러싸고 SNS에 수많은 글이 올라온다. 하나같이 상황을 깊이 보는 시각과 논리를 갖추고 문장력마저 훌륭하다. 개인적으로는 기시감을 느낀다. 의약분업 후 벌어졌던 의권쟁취투쟁 때 꼭 이랬다. 애석하게도 이런 ‘내부용’ 격문들은 소동파가 울고 갈 명문이라 해도 현상을 타개하는 데 일말의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의사는 균질 집단이 아니다. 저마다 다른 꿈을 꾸기에 내부 결집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며, 가능하지도 않다. 안에다 대고 천 마디를 외치는 것보다 한 가지라도 ‘외부’를 설득하는 것이 요긴하다. 설득은 추상같은 논리로 하는 것이 아니다. 공감을 기반으로 한 감성으로 한다. 필요하다면 전문가를 영입해 볼 만하다. 의사 아닌 사람이 진료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처럼, 홍보와 설득의 전문가가 아닌 의사가 스스로 이렇게 어려운 과제를 수행할 수 있으리라 믿는 것은 오만이자 착각이다.
자정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한의계는 안아키 사태가 터지자마자 김효진씨와 선을 그었다. 의료계는 그렇게 단호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한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준 적이 있을까? 검증되지 않은 치료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TV를 비롯한 매체에 나가 개인의 이익을 꾀하고, 심지어 치료 재료를 부적절하게 재사용해서 환자들에게 해를 입힌 회원들을 스스로 나서 단호하게 규제하고 처벌한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 설사 그렇게 했더라도 알리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부도덕하고 품위 없는 의사도 있지만, 대다수 의사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천명하고 홍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의료인은 보수/진보든, 특정 정당이든 어떤 정치세력에 동조해야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인지 계산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떤 정치세력도 드러내놓고 의료계의 이익을 돌보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 계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냥 가장 잘 아는 분야에 집중하면 된다. 대다수 국민의 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 노선을 일관성 있게 주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전 문제라면 위험성을 의학적으로 분석하고,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안전성을 향상시키라고 요구하면 된다. 국가 차원의 에너지 수급계획 같은 건 보다 전문적인 집단에 맡기면 될 일이다. 모르는 일에 관여할 필요 없다. 최저임금이 낮으면 건강을 지키기 어렵다는 사실은 학문적으로 잘 규명되어 있다. 그렇다면,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최저임금이 낮으면 건강을 지키기 어렵다’고 얘기하면 된다. 고용이 어찌되고, 포퓰리즘이 어떻고에 대해 개개 의료인의 관점이 어떻든 의료인 집단의 전체 의견은 ‘국민 다수가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향’에 일치시키면 된다. 이것이 국민의 마음과 지지를 얻는 가장 쉬운 길이다. 얄팍한 계산을 하자는 게 아니라 의료인 본연의 자세이기도 하다. 안타깝지만 의료인에게는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없다. 그 힘은 국민의 존경과 신뢰와 지지를 얻는 데서 나온다. 그것은 또한 앞으로 수없이 발생할 反과학적, 反이성적, 反의학적 혹세무민에 대처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기도 하다.

 
참고문헌
1) 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 나무위키(https://goo.gl/FxHgCv)
2) 무엇이 아이의 건강을 위협하는가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비판, 강병철, 계간 스켑틱(http://blog.naver.com/skepticmgz/221014596673)
3) [단독인터뷰] “전국민 수두파티하고 싶다”..‘안아키’ 김효진 한의사, 중앙일보(http://news.joins.com/article/21609395)
4) 안아키 김효진, 또다른 역설 ‘화상 치료의 반란’, 조선닷컴(http://book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31/2017083100810.html)
5) 안아키, 단지 ‘반지성주의’만 문제일까?, 시민건강증진연구소,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60482)
6) 자본주의 사회에서 건강한 육아를 위해 필요한 것, 사회진보연대(http://www.pssp.org/bbs/view.php?board=healthnews&nid=7316)
7) 어리석은 사람은 왜 자신이 어리석지 않다고 확신할까, 한겨레(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10155.html)

 

 

 

작성일 :

 2017-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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