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포럼
 
 
 
네덜란드 장기요양제도의 최근 동향 / 연 희 진
 
 

1. 서론

네덜란드는 사회보험방식(National Health Insurance; NHI)의 보건의료제도를 가지고 있으며 3개의 제도로 구성된다. 먼저 고액 중증질환자와 장기요양환자를 위한 특별의료비보장제도(장기요양보험), 장기요양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급성질환이나 일반질환에 대한 의료보장제도인 일반건강보험제도와 상급병실료 및 치과치료, 장기적인 물리치료 등을 보장하는 보충형 민간보험제도가 여기에 해당된다.1) 특별의료비보장제도(AWBZ; National health insurance for exceptional medical expenses)는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의무보험이고, 일반건강보험제도는 기본적인 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며 이외에 다양한 민간보험으로 운영된다.
2000년대 중반부터 네덜란드는 두 가지 주요한 의료개혁을 시행했다. 먼저 2006년 시행된 개혁은 미국의 저명한 의료경제학자인 Enthoven 교수의 관리된 경쟁(managed competition) 이론을 근거한 Dekker의 개혁안으로 약 20년의 준비과정을 거쳐 시행되었으며, 일반건강보험제도를 대상으로 했다. 경쟁이 의료서비스의 질을 더 높일 것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보건의료 시스템에 시장원리를 도입함으로써 의료서비스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증대시키고 정부의 개입을 줄이려고 하였다. 또 다른 주요개혁은 2015년에 시작되었고 장기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다루었다. 이전에 AWBZ 하에서 제공된 보건의료서비스의 범위는 점점 넓어졌고 이와 동시에 비용은 점차 증가하였다. 이로인해 장기적인 보건의료서비스의 지속성과 효율성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건강보험회사로 그 책임을 분담하게 되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주민과 더 가깝기에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평가하기 좋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외에도, 수많은 작은 개혁들이 있었다. 병원에 대한 행정적인 부담을 줄이고 지불제도에서의 행정적 오류와 부정을 줄이는 것, 혁신을 촉진하고 성과지급제도를 도입하면서 GP(general physician)의 위치를 강화하는 것, 제약분야에서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정신보건서비스 부문의 개혁을 통해 GP와 정신보건간호사에게 정신보건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심 역할을 주는 것 등의 개혁이 진행되었다. 이하에서는 최근인 2015년 주요 개혁 중 장기요양서비스 관련 주요 내용을 정리하였다.2)


2. 장기요양서비스(long-term care) 개혁: 지자체 중심, 가정에서의 케어와 자립의 촉진

1968년에 도입된 AWBZ는 장애가 있거나 중증질환을 가진 환자를 위한 요양서비스(residential care)에 대한 보험이다. 수년 간 AWBZ는 가사지원서비스(home care)와 같은 수많은 종류의 서비스로 확장되었다. 또한 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준이 매우 넓어져서 충분한 간호가 있다면 집에서 머무를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상주요양시설(residential home)에 살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따라 AWBZ에서 지불되는 장기요양서비스의 지출은 계속해서 증가되어 왔다.
2014년 AWBZ에서의 지출은 전체 보건의료 예산의 29%에 해당하는 278억4천만 유로에 달했다. 유럽연합은 네덜란드에 장기 요양을 개혁할 것을 촉구했으며 장기요양 서비스를 계속 가능하게 하려면 큰 개혁이 필요해 보였다.
장기요양서비스에 대한 개혁은 두 가지 전제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지자체로 장기요양서비스의 책임을 나누면 더 효율적인 서비스가 생산될 것이라는 전제와 과거 지역주민들이 복지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전제이다. 즉, 지자체가 지역주민과 더 가까운 위치에 있기 때문에 지역주민에게 더 효율적이고 값싼, 맞춤형의 서비스 제공을 하기가 정부보다 적합할 것이라는 기대이다. 또한 지역주민들은 국가의 복지에 의존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돌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개혁을 통해 예전 장기요양제도(AWBZ)의 요양서비스(Residential care), 가정간호(Home nursing care), 사회복지(Social care), 장기적인 청소년보건(Long-term youth care) 4개 파트 중 3개는 이미 존재하는 3개의 법에 각각 통합되었고 하나의 새로운 법이 도입되었다.
먼저 새로운 장기요양법(new Wlz)에서는 요양서비스를 보장하였는데, 장애나 질병으로 인해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한 환자들은 장기요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머물기 원하는 사람들은 집에서 요양급여나 개인계정(personal budget)3)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음으로 건강보험법(Zvw)에서는 가정간호를 규정하였다. 가정간호는 기존 AWBZ에서 옮겨져 Zvw에 속하게 되었고, 일차의료 서비스의 유형에 더 가까워졌다. 건강보험회사는 가정간호서비스에서부터 전문적인 병원 치료에 이르기까지 전체 의료적 범위에 책임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지역간호사(District nurses)는 간호 대상 환자의 집에 방문하여 대상자가 독립적으로 지낼 수 있는지 평가하여야 한다. 한편 2015년 시행된 사회지원법(Wmo)은 사회복지서비스를 규정하였는데 동 법의 목적은 지자체가 지역주민을 돕도록 하는 것이다. 사회복지 서비스는 가사서비스, 이송서비스, 휠체어 같은 기구 등을 포함한다. 지자체는 사회적 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아 지원자들이 스스로 돌볼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한다. 이런 방법들이 불충분하다면 공적자금을 사용할 수도 있다. 지자체가 지역주민과 더 가깝고 그들의 필요를 평가하기에 더 좋은 자리에 있기 때문에 지역주민의 자립성을 더 강하게 강조할 수 있고, 사회복지를 더 효율적으로 이루어나갈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통해 비거주 장기요양(non-residential long- term care)을 위한 정부 예산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였다.
마지막으로 2015년 1월부터 완전히 개정되어 시행된 청소년법(The Youth Act)은 지자체가 18세 미만의 모든 국민과 그 부모들의 양육문제, 발달 문제, 정신건강문제와 주요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보건의료서비스에 책임을 지도록 했다. 청소년법은 신체적인 치료를 제외한 모든 보건의료서비스를 하나의 법률에 통합하고 하나의 조직, 즉 지자체가 책임지도록 규정함으로써 보건의료서비스의 조화를 이루려고 했다.
장기요양서비스의 개혁은 그 재정과 구성을 모두 바꾸었지만 그 책임은 경험이 거의 없는 조직들, 지자체와 보험회사에게로 옮겨졌다. 이 때문에 개혁의 준비기간 동안 많은 이해 당사자들은 이 개혁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개혁 후 반 년이 지났고, 과정이 원활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개혁 시작 전 나왔던 많은 우려가 실제가 되었고 뜨거운 정치적 논쟁과 언론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예산당국(budget holders)을 대신해 사회보험은행(Social Insurance Bank, SVB)이 책임을 맡은 의료제공자에 대한 지불이 늦어지면서 의료제공자와 환자를 모두 곤란하게 하는 문제가 보고되었다. SVB는 인력 및 관련 업무수준이 미흡했고, 컴퓨터 시스템의 문제와 개인계정의 적용이 증가함으로 인해 이 업무를 원활히 처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이 혼란에 대해 국회가 사과한 후에 보건부 장관은 원래 계획된 것보다 더 많은 개인계정을 책정하게 되었다. 환자들이 겪은 문제를 호소할 수 있는 핫라인을 만든 환자협회는 2015년 10월에 장기요양서비스의 접근성과 지원과정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 장기요양 신청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보고했다. 또 다른 문제는 자금 문제의 주요 대상이 된 가사서비스(domestic care)이다. 정부는 가사서비스에 대해 예산 30% 절약을 목표로 세웠으나, 지자체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반응했다. 어떤 곳은 가사서비스 제공을 아예 폐지했고, 어떤 곳은 제공하는 시간을 줄였으며, 어떤 곳은 기존 예산 안에서 다른 지출항목의 비용 정도로 서비스의 제공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마지막으로 상주요양시설이 그 주변 사람들에게 주간보호와 식사를 제공해왔기 때문에 이 시설을 폐쇄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지자체는 새로운 사회지원법이 지역주민을 위해 더 넓은 범위의 지원을 제공했다고 생각했지만 지역주민의 자립성을 자극할 기금과 수단의 부족에 대해서는 우려하였다. 보험회사와 가정간호사의 협력도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3. 시사점

네덜란드의 2015년 개혁에 대해서는 아직 평가하기에 이른 면이 있다. 하지만 성공과는 상관없이 네덜란드의 개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네덜란드의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장기요양보험 본연의 목적인 중증의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소비자의 선택권과 자율권을 보장하였고 지역복지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해 가사지원서비스를 활성화했다는 점과 시장원리를 기반으로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런 특징은 고령인구의 증가, 소비자 주권의식의 강화, 시설서비스보다 가능한 한 집에서 지내고자 하는 사회・문화적 분위기 확산, 증가하는 장기요양보험 비용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네덜란드가 경험했던 위의 문제들은 우리나라가 당면하게 될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현행 장기요양 서비스는 가정 중심보다 시설중심, 이용자 중심보다 운영자 중심이며 이용자의 선택권과 자율권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2007년에 제정되어4) 아직 제도 도입 초기라는 것을 감안할 때 시설중심의 인프라 구축이 어느 정도 타당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앞으로 당면하게 될 문제들을 고려하면 네덜란드처럼 시설 중심에서 가정 중심으로, 운영자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으로의 전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역복지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해 노인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5)

 
1) 임문혁, Managed Competition 방식의 네덜란드 의료보험 개혁성과와 정책과제. 다문화사회연구. 제10권 1호, 2017. p.127-159.
2) Health Systems and Policy Monitor의 네덜란드 개혁 동향에 대한 내용을 기반으로 한 원고임. www.hspm.org
3) 네덜란드는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장기요양 서비스 인력의 부족으로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긴 시간 대기해야했고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계정이라 불리는 현금급여를 제공하였음. 각자 사용할 수 있는 개인계정을 가지고 서비스 제공자와 계약을 통해 필요한 서비스를 사고 받을 수 있는 제도(이수형. 네덜란드 장기요양제도의 최근 동향 및 시사점. 보건복지포럼 제150호, 2009. p.96-105.)
4)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법률 제8403호, 2007.4.27. 제정.
5) 이수형. 네덜란드 장기요양제도의 최근 동향 및 시사점. 보건복지포럼 제150호. 2009. p.96-105.

 

 

 

작성일 :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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