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포럼
 
 
 
왜 협동조합인가? 개원가에 부는 바람 / 도 성 훈
 

2005년도에 안성의료원의 비뇨기과 과장으로 3년간의 공보의를 마치기 전, 이미 개업한 군필 형과 의국 동기와 함께 셋이서 공동개업을 하기로 미래를 결정하였다. 당시만 해도 비뇨기과 개원가가 비급여 수술로 수입이 괜찮은 시절이었기에 겁 없이 강남역 강남대로변 한복판에 비뇨기과 의원을 셋이서 개업을 했었다. 당시 비뇨기과는 개원 바람이 거세게 불다 막바지에 이른 시점이었다. 개업을 하고 마케팅으로 비급여 수술 환자를 잘 모으고, 수술 결과가 좋다면 당연히 잘 될 거라는 자신감이 넘쳤던 시절이었다.
당시 의료광고에 대한 규제로 인해 적법한 의료광고는 제한적으로 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규제를 넘나드는 광고를 하면 마케팅 효과가 상당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2006년도에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의료광고에 대한 규제 완화로 의료광고심의를 받으면 누구나 광고를 할 수 있게 되면서 비급여 수술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졌고, 광고 효과가 상당히 떨어지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더 이상 마케팅만으로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입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행히도 셋이나 되는 비뇨기과 전문의가 있어 수술과 더불어 비뇨기과 질환에 대한 진료도 버리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었기에 외래 환자를 늘려서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당시에 짧은 시간에 흥망성쇄를 겪으면서 국민건강보험 급여 즉, 안정적인 매출의 중요성과 고정 비용으로 인한 압박감이 개업의에게 얼마나 큰 심적 부담인지 절실하게 체험했다.
보건당국이 주도권을 쥔 보험급여를 의료계 뜻대로 높이고 이를 통한 매출 확대를 기대하기에는 개원가의 경쟁 심화, 비급여 영역의 과별 장벽파괴와 같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다만 개업의가 주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유일하게 고정비용 절감일 것이다. 고정비용 절감에 대해서 얼마나 고민해 보았을까?
경영상 구조조정의 첫 번째 선택은 비용절감이다.
개업을 하면서 입지 선정, 인테리어, 구인, 의료기기 및 의약품 구입, 마케팅, 전자차트 가입, 컴퓨터 등 비품 구매를 위해 비용을 지출한다. 그리고 병의원을 유지하기 위해 인건비, 임대료, 검사비, 의료기기 및 의약품 구입비, 마케팅비, 노무사비, 세무기장료, 의료페기물처리비, 자문료, 전자차트 및 사전심사프로그램 이용료, 카드단말기 이용료, 처방전을 포함한 소모품비 등 수많은 고정비용을 지출한다. 개업하면서 지출되는 일회성 비용이 초기 투자자본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과연 가성비 좋은 비용 지출인지 누구도 자신 있게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병의원을 운영하면서 지연이나 학연을 통한 교류로 고정비용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를 얻지만 안타깝게도 전국적으로 표준화된 고정비용에 대한 가이드라인 같은 것은 없다. 어느 의료단체도 전국적으로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표준화된 가격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표준화된 가격 정보가 제공되어야 최소한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일이 없어지고, 비용 절감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설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과연 이런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표준화된 가격 정보를 제공할 방법은 없을까?
우리나라 IT 수준은 세계적으로 뛰어나며 모든 정보가 인터넷에서 공유되고 비교되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유독 의료 영역에서는 규제와 한정된 대상으로 인해 가격 정보를 공유하거나 비교하기 어렵다.
표준화된 가격 정보를 만드는 것이 비용 절감의 시작이라면 누가, 어떻게, 어떤 상대와 가격 정보를 만들 것이냐에 따라 가격은 많이 달라질 소지가 있다. 예를 들어 일정기간 동안 여럿을 모집해 한 번에 공동구매를 할 경우 표준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구매가 가능하다.
이와 같이 많은 회원이 참여하여 구매협상력을 높이고 유통단계를 최소화하여 가능한 제조업체와 직접 가격협상을 할 수 있다면 매력적인 가격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매력적인 가격을 참여하길 원하는 모든 회원에게 공평하게 제공할 방법은 없을까?
고맙게도 정부에서 참여를 원하는 회원 모두를 차별 없이 가입시키고, 참여한 회원에게 공평한 기회와 정보를 제공하도록 규정한 법인의 형태가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은 협동조합기본법으로 참여를 원하는 회원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고, 참여자가 생산, 판매 등을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시키고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이다. 다시 말해 조합원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공통의 사회적, 경제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율적으로 결성한 사업조직이다.
조합은 조합원이 되려는 자가 1좌당 정해진 최소 출자금을 납부하면 특별한 사유 없이는 가입을 거절할 수 없으며, 조합원의 법적인 책임은 출자금액으로 한정하고 있다. 주식회사는 주주가 공동으로 소유하는 조직이지만 의결권이나 수익 배당은 전적으로 출자금에 비례한다. 이에 반해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공동으로 소유하며, 특징적으로 출자금과 무관하게 1인당 1표의 의결권을 동등하게 행사하며, 이익배당은 투자 금액이 아닌 조합의 사업에 얼마나 많이 참여했는지 즉, 이용실적이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 배당을 한다. 결국 출자액의 논리보다는 공동의 이익과 이용이 우선이다.
협동조합기본법에서 이익잉여금(이익)이 있을 경우 처분 원칙을 정하고 있다. 법정적립금(자기자본의 3배까지 잉여금의 10%이상 적립), 임의적립금(법정적립금을 제하고 나머지가 있을 때 총회 결정에 따라 적립 가능)을 쌓은 후 조합원에게 이익배당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이익배당은 이용실적에 따라 적립금을 제한 나머지 이익의 50% 이상을 우선 배당한다. 이어서 출자금에 따른 출자금배당은 출자액의 10%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실제로 제가 참여하고 있는 비뇨기과의사회협동조합은 첫째로 조합원의 구매협상력을 극대화하고, 둘째로 새로운 술기나 의료기기, 의약품 등에 대해 누구나 공평하게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셋째로 의료기기 및 의약품 업체와 공정한 거래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되었다. 그리고 경영에 실직적인 도움이 되도록 가장 저렴한 가격에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진료와 관련된 제품은 법테두리 안에서 조합이 이익을 남기지 않도록 하고, 관계사 투자를 통한 배당이익을 극대화하여 최종적으로 조합원에게 최대한 많은 실적배당과 10%의 출자금배당이 돌아갈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비뇨기과의사회협동조합의 운영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자면 운영비용 최소화를 위해 모든 거래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이뤄지며, 우선적으로 원내 진료를 위해 필요한 의약품, 의료기기를 (최)저가에 구매할 수 있도록 쇼핑몰 오픈단계부터 업체와의 협상을 통해 준비하였다.
현재 비뇨기과에 특화된 품목인 HA필러(에스테틱용, 확대용), 보톡스주사제, 남성호르몬주사제, 백신 등의 비급여의약품과 내시경, 수술용 장비 등의 의료기기를 구매할 수 있다. 앞으로도 진료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고 경영에 도움이 되는,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하고 제공할 계획이다.
비뇨기과의사회협동조합은 2015년 4월부터 쇼핑몰을 운영하였고, 2015년도와 2016년도 회계결산 후 이익배당을 실시하였다. 이익잉여금 중 우선 법정적립금과 투자에 필요한 임의적립금을 제하고, 2차로 모든 조합원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는 출자액의 10%에 해당하는 출자금배당을 제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전액을 이용실적배당으로 조합원에게 되돌려주었다. 실제로 이용실적이 없는 조합원은 출자금 5만원의 10%에 해당하는 5천원을 동등하게 배당받았고, 이용실적이 많은 조합원은 수십만 원을 배당받았다. 많지 않은 금액일 수도 있지만 향후에도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조합원에게 배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5명만 모이면 누구나 쉽게 설립할 수 있다. 특히 생산자인 소상공인이 모이거나 공통의 관심을 가진 소비자가 모여 의기투합하고, 투명하고 공평하게 그리고 진정성 있게 원칙적으로 운영된다면 참여자 모두의 복리증진과 상부상조의 효과, 나아가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사업 모델이다. 의료계 최초로 설립된 비뇨기과의사회협동조합이 기대 이상의 효과와 회원의 호응을 얻고 많은 조합원이 가입한 이유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개원가의 경영여건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병의원의 유지도 벅차고 당장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비관적일 수밖에 없는 개원가의 현실이지만 개개인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하고 적응하려 노력해왔기에 현실을 타개하고, 보다 이상적인 진료와 삶을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의료계의 일치단결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현실은 내부적으로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의료계라는 거창한 울타리를 떠나서 공동의 관심을 가진 의사가 모여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면, 이해관계가 같은 집단을 형성하고 개인을 대신해서 협상하고 전체에게 공평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집단은 없을 것이다.
개업의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참여할만한 사업을 기획하고 전개할 수 있으며, 이익을 배당이라는 방법으로 공유할 수 있는 이런 형태의 집단이 협동조합이다. 그렇기에 지역의사회와 각 전문과별의사회가 관심을 갖고 협동조합을 추진하는 것은 개원가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분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지역의사회와 각 전문과별의사회가 진행하는 협동조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소비자로서 그리고 생산자로서의 권익을 지키는 첫 걸음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이 글을 마치겠다.

 

 

 

 

작성일 :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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