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포럼
 
 
 
한국형 ACO 모델, 광역단위 시범사업을 시작하자 / 이 왕 준
 
※ 본지에 게재된 글은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공식적인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편집자 주> 미국에서는 지난 2010년 만성질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의료비는 치솟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건강보험개혁법(Patieant Protect & Affordable Care Act, PPACA)을 통과시켰다. 다양한 개혁방안 중에서 통합 조정된 공급체계로의 혁신을 꾀하고자 ACO(Accountable Care Organization)가 시작되었다.
ACO란 의사, 병원, 그 외 의료서비스 제공자들의 집단으로서, 한정된 인구집단의 환자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서비스 비용에 대한 총괄적 책임을 지게 된다. 효율적인 비용지출과 의료의 질 향상,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ACO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지역 기반의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의료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변형된 총액계약제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 역시 급속한 고령화와 만성질환자 증가로 의료비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ACO 모델을 벤치마킹하여 의료제도의 혁신을 이룰 필요가 있는지, 시범사업을 어떻게 설계하여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해 볼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들어가며

예상한 대로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의료계에도 개혁의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 수장이 정해지기 전부터 이번 정부의 주요 정책들은 빠르게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이슈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차원에서 비급여 부문의 전면적인 구조개혁을 이뤄내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민영보험도 전면적으로 손을 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단기 미봉책에 불과한 처방들이 남발되었지만 풍선효과로 인해 건강보험 보장성은 획기적으로 강화되지 못했다. 지난 정부의 3대 비급여 정책도 그 궤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정부가 중단기적 현안과제에 집중했다면, 새 정부는 보다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고령사회를 지나 초고령사회를 맞이할 향후 15년 후는 물론 한 세대 이후까지 겨냥한 ‘한국 의료개혁 2030 플랜’을 발진해야 할 때다.
본 소고는 2000년 건보통합 이후 계획된 과제를 이제야 제대로 실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이러한 의료개혁의 시대적 흐름에 비추어 한국형 ACO, 즉 의료자치 모델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를 논하여 보고, 나아가 의료현장에서의 적용가능성을 염두에 둔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한국형 ACO 모델’은 과연 가능한가?

필자는 3년 전 우리나라의 의료공급체계와 보험지불제도의 동시적 개혁을 위해서 ‘한국형 ACO 모델’을 검토해 보자는 제안을 하였다.1) 의료공급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특히 중소병원의 경영난이 노골화되면서 의료 현장으로부터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재창출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급속히 공감을 얻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이 제안은 학계뿐만 아니라 병원계의 현장으로부터도 기대 이상의 논의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2)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과연 네트워크 형태의 협력적 의료공급체계를 구축할 수 있겠는가, 나아가 이에 상응하는 건강보험의 제도 변화가 가능하겠는가 하는 논점에 이르러서는 회의적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그렇다면 먼저 ‘한국형 ACO 모델’의 개념과 그 시사점을 살펴보겠다.
원래 ACO(Accountable Care Organization)는 1차 진료를 포함한 모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책임진료기구’라고 할 수 있다. ACO는 대학병원, 병원, 의원, 요양원 등의 기관을 운영 차원에서 한 그룹으로 묶고, 할당된 환자들에게 고난도 수술에서부터 경증질환 치료나 원격진료까지, 가능한 모든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정부(보험자)는 할당된 환자들에 대한 1인당 연간 급여액수를 정해 그것만 지급한다. 그러면 ACO가 대학병원, 병원, 의원, 요양원의 급여비 분배율을 결정해 나누는 것이다.3)
단, ACO가 제공하는 1차 진료(노인의료 포함)에는 PCMH 원칙4)이 지켜져야 하고, 모든 환자들에게는 반드시 주치의가 있어야 하며, 환자들의 건강 및 진료정보가 공유돼야 한다는 철칙이 있다. 또 환자는 어느 의료기관에서나 진료를 받을 수 있고 그 환자의 정보에 대해서는 관계자들이라면 누구든 24시간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
ACO는 여러 변형된 형태로,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오리건 주의 CCO(Coordinated Care Organization)는 주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 덕택에 훨씬 강화된 형태를 띠고 진행되었는데, 그 서비스 영역과 참여 의료기관도 확대되어 정신보건, 치과진료 등을 포함하여 더 포괄적이고 연계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그만큼 성과지표도 매우 좋은 편이다.
Kaiser Permanente5)는 홈케어 같은 지역사회서비스는 물론이거니와 주거환경개선 같은 공중보건서비스까지 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전체 의료비를 절감하고 가입자들의 건강지표를 향상시키는 데 혁혁한 성과를 거두었다. 2011년까지 100개 미만이던 ACO조직은 2015년 기준 미국 50개주 전역에 걸쳐 744개로 늘어났으며, 서비스를 받고 있는 미국인은 약 2, 350만 명으로 추정되며 이중 메디케이드 수급자는 약 9백만 명에 달하고 있다. 6)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지불제도의 변화를 꾀하려던 몇 번의 시도나 전달체계를 개혁해 보려던 인위적 노력들이 번번이 무력하게 좌절되어 왔기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나 심지어 공무원들조차 공급체계와 지불제도를 동시에 ‘패키지’로 개편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절대적 동의를 하면서도 어떻게 이를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방법론적 회의감을 표하고 있다. 공급자 측 관점에서는 실제로 총액예산으로 편성되는 재원의 규모가 사업상 타당하게 책정될 수 있을 것인가를 먼저 염려하고 있고, 보험자 측 관점에서는 민간의료기관들이 자발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내부적으로 예산분배를 합의할 수 있을 만큼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을 것인가를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제시한바 있는 ‘한국형 ACO 모델’7)을 적용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 옵션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방식은 급성기 진료, 만성기 진료, 홈케어 같은 지역사회서비스, 더 나아가 주거환경개선 같은 공중보건서비스까지를 전부 한 바구니에 넣고 그 내부에서 공급자끼리 역할분담과 예산배분을 하는 것이겠지만, 우리의 실정을 감안하여 단계적, 영역별로 구분하여 ‘제한된, 사전 조율된’ 영역에서 기본 룰을 공유해서 시작한다면 그 시작과 전개가 그리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메디케이드 대상의 주민들만을 한정하거나, 또는 65세 이상의 노인들 중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대상자를 모두 대상으로 하는 등 다양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상지역, 대상인구, 대상서비스영역을 먼저 정하고 다양한 형식의 공급주체를 네트워크 형식으로 참여시켜, 인두제에 의한 총액계약을 시행하는 ‘한국형 ACO 모델’이 향후 미래 의료개혁의 한 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왜 지금이 한국형 ACO를 시작할 때인가?

다행스럽게도 고령사회 원년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시스템을 개혁하자는 담론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에서 고령사회(Aged society)가 되는 데 일본은 24년, 미국은 73년, 프랑스는 115년에 걸린 것에 비해 한국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급속한 속도로 18년 만에 진입하였고 초고령 사회(Super-aged society)의 진입 시기는 2026년으로 예측되고 있다.8) 2016년 건강보험 적용인구 1인당 연간 진료비는 127만 3,801원인데 반해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그보다 3.1배가 높다. 또한 그 대상 인구수도 12.75%인 645만 명을 차지함에 따라9)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총 진료비는 25조 187억 원, 전체 진료비(73조 4,732억 원)의 38.7%를 차지하게 되었다.10)
이제 고령화에 따라 급속히 증가하는 의료비를 관리하고 만성질환 중심으로 변화된 질병패턴과 급변하는 사회구조에 걸맞은 보건의료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리고 그 방법론 역시도 그동안 시도되었던 미시적, 단기적 처방이나 부분적 제도보완 차원의 정책수정이 아닌 보다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개혁이 되어야 한다는 데도 이견이 없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사회로 진입한 선진국들은 이미 1990년대 후반 이후 다양한 방식으로 대대적인 보건의료시스템의 혁신을 단행하여 왔다. 북유럽 국가를 비롯하여 영국,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비용대비가치(value for the money)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의료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왔다.11) 물론 각국마다 보건의료시스템의 역사와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건강보험체계를 바꾸는 쪽에 더 방점을 두기도 하고 혹은 의료공급체계를 변화시키는 쪽에 중점을 두기도 하고 아니면 관리체계(Governance)변화와 서비스 통합을 구현하는 데 힘을 쏟기도 하는 등 그 양상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의 경험이 보여주는 공통적 교훈은 중장기적인 계획과 전망을 지니고 보건의료시스템의 근간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꽤 오랜 기간 완강하게 지속해야만 그나마 조금이라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현 시점은 정권교체와 함께 의료개혁에 대한 담론과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에 중장기적이면서도 미래적인 패러다임에 대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좋은 조건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모두에서 언급했듯이 당면해서 비급여 제도의 구조개혁이나 보장성강화 등의 단기적 과제들도 추진해야 하지만 중장기적인 개혁 전략을 수립하고 그 시범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추동해야 할 것이다.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한국형 의료자치 모델’을 제안하며

베이비붐 세대(1954년~1958년생)가 내년부터 65세에 진입하면서 한국은 유례없는 초고속 고령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는 향후 20여 년 동안 그 흐름이 가속화될 것인 바 이에 대응하는 보건의료체계도 완전히 그리고 시급하게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현재까지의 ‘급성기 치료중심’ 패러다임과 수도권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한 ‘수직적 서열체계(Hierarchy)’를 ‘만성질환의 관리 및 예방’ 패러다임과 ‘지방 자치형 분권적 통합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료비는 불필요하게 급증하고 환자들은 병원을 전전하며 불행한 여생을 연명해야 한다. 그리고 의료기관들 역시도 각자가 자기 자리를 잡지 못하고 파행적인 경쟁과 소모적인 의료행위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환에서 가장 중요한 개혁은 바로 건강보험공단 즉 보험자 개혁이다. 현재의 건강보험공단은 보험료 징수와 의료비 지급의 창구 역할 이외의 모든 기능을 포기하고 있다. 보험자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인 급여서비스의 개발과 전략적 구매자(strategic purchaser)로서의 계약 기능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현재의 건강보험 운영체계의 단점을 극복하고 미래의 효율적 관리운영을 위해서 우리도 네덜란드나 독일의 사례를 본받아 ‘관리된 경쟁(managed competition)’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12) 서구 대부분의 나라가 ‘복수기금/복수구매자’ 시스템인 반면 대만과 우리나라만이 ‘단일기금/단일구매자’ 시스템이니, ‘단일기금/복수구매자’ 시스템으로 변모한 네덜란드의 사례13)를 벤치마킹해보자는 취지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안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지만, 단지 운영체계만을 하부단위에서 쪼개고 재정을 나누어 관리한다고 해서 과연 새로운 혁신 동력이 생길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었고, 특히 서비스 개발의 차별성과 거버넌스의 동기 부여를 만드는 게 관건으로 지적되었다.
따라서 (1) 지역분권형 건강보험 관리운영체계를 새롭게 구축하고, (2) 지방자치 행정조직과 연계 및 정렬하여 공공의료를 통합 운영하고,14) (3) 지역주민의 참여와 임파워먼트를 강화하고,15) (4) 지역 단위의 자발적인 의료네트워크(한국형 ACO 모델)와 다양한 계약을 통해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형 의료자치 모델’을 제안해 본다.

이 모델은 전체 보건의료서비스를 2개의 트랙으로 운영하게 되는데 중앙 질병금고는 원칙적으로 급성기 질병군에 대해 전국적으로 동일한 기준과 수가체계로 운영하며, 지방자치별 독립적인 지역금고는 통합 및 포괄적 서비스 영역에 속하는 모든 종류의 보건의료 및 사회적 서비스를 운영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교육 자치의 모델을 연상하면 쉽게 상상이 갈 수 있을 것인데, 지역금고의 규모는 처음 단계에서는 전체 건강보험 예산의 10% 정도에서 시작하여 향후 30%를 상회하는 규모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16)
이 지역자치 건강보험자가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새로운 공급주체로서 지역단위에 기반한 의료기관 네트워크(한국형 ACO)와 계약을 체결해서 서비스를 공급하게 하는 것이다. 각 의료기관들은 급성기 진료의 제1트랙에서는 독자적인 단위로 중앙기금의 요양기관이 되겠지만, 포괄-통합서비스의 제2트랙에서는 반드시 네트워크에 가입하여 집단으로 인구수별 지급방식에 따른 총액계약을 지역기금과 맺게 될 것이다. 제2트랙의 포괄-통합서비스는 다음의 제반 서비스를 다 포괄해야 한다. 기존의 장기요양서비스와 호스피스 및 임종기 치료, 새로운 만성질환 관리사업, 예방 및 교육사업, 건강증진 및 주기적 건강검진사업, 치매예방 및 사회적 관리, 지역사회기반 정신건강사업, 원격의료 등 홈케어와 커뮤니티 케어를 포함한다.


시범사업 추진으로 도입 타당성 검토하자

2017년 보건복지부 R&D 투자예산은 국가 R&D 예산의 2.7%인 5,243억 원이다.17) 이 돈은 결국 국민의 건강한 삶에 기여할 수 있는 성과물을 만들기 위한 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예산 중에서 ‘제도개혁’을 위한 연구에 투입되는 돈은 전혀 없다. 차제에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하여, 제도개혁을 위한 R&D 영역에도 재정 투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한정된 보건복지부 예산 내에서 진행되는 작은 단위의 연구용역이나 파일럿 스터디 정도로는 미래 의료체계를 기획하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시범사업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험제도 개혁(운영체계와 지불제도 양자에 걸쳐)과 의료공급체계 재편을 동시에 포괄적으로 실험하고 그 효과성을 검증하려면 그 규모와 과정이 상당히 큰 단위로 진행되어야 하고, 실질적 인센티브가 기존의 보험급여체계 밖에서 추가로 제공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제주도 전역을 대상으로 한다거나 50만 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1개 권역을 대상으로 하는 등의 시범사업이 이루어져야 미래의 대안적 패러다임을 설계할 수 있다. 이미 2011년부터 재정흑자 기조를 유지하면서 20조원이 넘는 누적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미래를 향한 R&D 사업을 시작하기에 좋은 시점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전체 건보재정의 0.5% 또는 전년도 흑자재정의 10% 정도를 (제도개혁을 위한) R&D에 쓸 수 있게 해서 미래를 위한 시스템 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결국 전체 의료비를 절감하는 거시적 전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나오며

새 정부의 출범 이후 우리는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정권교체는 시작일 뿐이고 체제개혁이 진정한 사회개혁이다. 20년 전의 건강보험 통합은 당시 필연성이 있었으며 건강보험의 파이를 키워 궁극적으로 의료공급의 주체가 확장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또한 전국적 서비스의 평준화로 의료수준의 상향평준화를 가져왔고 치료영역의 확장과 서비스의 확대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는 곧 병원 및 의료 공급의 양극화를 초래하여 전국의 공급자들이 제한된 시장과 가격 내에서 무한 경쟁을 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더욱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공급자들과의 서비스 가격에 대한 계약과 협상의 기능이 상실되고, 행위별 수가로 모든 걸 통제하는 상황에서 질 향상과 정성적인 서비스 개발은 불가능해졌다.
예상보다 빠르게 진입한 고령사회를 맞이하며 의료서비스 제공의 틀도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여야 한다. 미국의 ACO 모형을 한국형으로 변형하여 의료서비스 공급자 중심으로 한 의료 지역자치 모델 체계가 확립되어야 하며 정부는 이에 맞는 지불구조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우선 단기적인 과제로는 보험료 징수체계를 개선해야 하며 중기 과제는 민간보험을 통제하고 조율하여 보장성 강화라는 틀 안에서 통합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준비는 2030 초고령 사회까지 대비한 장기적인 개혁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1) 이왕준, ‘이제 한국 의료공급체계의 새로운 모델을 구상하자’, 병원경영정책연구, 제3권 2호, 한국병원경영연구원, 2014.
2) 2014년 한국보건행정학회 춘계 학술대회의 메인 심포지엄 “인구집단에 대해 건강책무성을 갖는 보건의료서비스 조직과 우리나라의 적용"에서도 한국형 ACO모델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2016년 11월 대한병원협회 주최의 제6회 Korea Healthcare Congress의 패널 심포지엄 “한국 의료전달체계의 미래”에서도 더욱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
3) ‘진료비 지불제도와 의료공급체계의 개편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행위별수가제와 같이 진료비 지불이 개별서비스 단위로 이루어지면 의료제공체계는 높은 수준으로 조직화되어 있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인두제와 같이 지불단위가 커지면 개인의 건강을 일정기간 책임지고 관리하기 위해 의료공급체계도 고도로 조직화되어야 한다. 일차의료에서 중증 입원진료까지, 급성기 진료에서 요양서비스까지 폭넓게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하고 환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도록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혼자서 진료하는 동네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인두제를 도입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김윤, 의료개혁을 위한 제안, N0.19, 2016, 09,09, 건강복지정책연구원.
4) ‘환자중심가정의료(PCMH : Patient-Centered Medical Home)’
5) 1945년 설립된 미국 최대 규모의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종합건강관리기관)으로 the Kaiser Foundation Health Plan, Kaiser Foundation Hospitals, Kaiser permanente Medical Group로 구성되어 있음.
6)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오바마케어: 책임의료, 2016.3.14.
7) 이왕준, 2014.
8) 한국경제, 2017.4.6.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7040609881
9) 통계청
10) 2016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 주요통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비통계지표’
11) Solderlund, N., Kent, J., Lawyer, P., Larsson, S.(2012). Progress toward value~based health care: lessons from 12 countries. London: BCG(the Boston Consulting Group). p4
12) 이규식 외, 네델란드의 의료개혁에 관한 연구: 관리된 경쟁모형, 사회보장연구 제24권 제4호 통권47호, 2008, pp.229-253.
13) 네덜란드는 2006년 의료개혁을 통하여 강제로 전 국민을 건강보험에 가입시키고(그 전 까지는 일정소득 이상의 사람들은 건강보험에서 제외시키고 민영보험에 가입토록 했음. 따라서 전 국민의 63%만이 건강보험에 가입해 있었음) 보험자(구매자)를 민간보험회사에 위탁하면서 모든 건강보험재정은 중앙기금이라는 단일기금에 집중시키도록 했다. 그리하면 중앙기금이 보험자(민간보험회사)에게 기금을 배분하고 보험자가 진료비를 공급자에게 지불토록 하게 하되, 국민들이 보험자를 선택하게 하면 보험자들은 서로 간에 경쟁하게 되고 나아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여 가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공급자들하고도 경쟁하게 된다.
즉, 보험자가 가입자(국민)를 대신하는 전략적 구매자가 되어서 공급자들로 하여금 좋은 서비스를 받아 내도록 하고 더불어 가입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보다 개선된 서비스를 개발해서 가입자들에게 어필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재정배분의 원칙이 공평하고 국민들의 보험자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되 보험자들의 리스크를 사후 정산해 주는 방식인 만큼 철저히 과거 건강보험공단을 대리하는 다수 보험자를 전략적 구매자로 운영하기 위한 제도인 것이다.
14) 현재의 공중보건의 지휘체계가 수직적으로 잘 정렬(Alignment)되지 않고 있어서, 그 단계가 내려올 때 마다 불협화음과 단절성이 존재한다. 또한 지역에서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다양한 보건의료 주체들을 결합시켜 상설적으로 협의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수평적 연결(Liaison)이 취약하다. 즉 수직적 정열과 수평적 연결을 강화해야 하는데 그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보험자 조직이 되어서 지역의 보건의료서 비스를 개발하고 그에 대한 전략적 구매를 공급자 연합조직으로부터 제공받게 된다.
15) 지방자치 건강보험 관리운영 책임자는 법적으로 권한이 보장되는 직책이 되어야 할 것이고 1단계에서는 주민참여형 심사를 거쳐 공채를 하겠지만 향후 발전하여 2단계에 접어들면 교육자치의 교육감처럼 의료자치를 상징하는 의료감을 주민자치로 직접 선출하거나 또는 간접선거로 추대할 수도 있을 것임.
16) 장기요양에 관련된 의료 및 사회적 서비스도 최종적으로는 지방자치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조율, 통합되어 포괄적인 통합의료서비스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초기 단계에서는 싱가포르 형처럼 지역단위로 코디네이션 센터(AIC, Agency for Integrated Care)가 환자들의 상태를 점검하여 의료기관과 요양시설, 사회복귀시설 등을 연계하고 그 흐름을 조절해 주는 방식으로 통합의료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서비스와 요양서비스, 나아가 사회적 서비스를 환자를 중심으로 통합적으로 제공케 하는 것은 매우 정교하게 부대적인 조건이 확보되어야만 작동 가능한 일이다. 싱가포르 같이 작은 나라에서도 이를 위해 10년이 넘는 세월을 매우 정력적으로 투자해 왔음을 상기해 봐야 한다.
17) 2017년 정부 R&D 사업 들여다 보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작성일 :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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