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포럼
 
 
 
개정된 현지조사지침에 대한 평가와 개선방향 / 윤 용 선
 
<편집자 주>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실사)와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으로 인한 적폐가 크다는 지적이 계속 되던 와중에 작년 7월 안산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이후로 의료계의 노력으로 현지조사지침이 개정되고, 올해부터 개정된 지침이 시행중이다.
이와 관련해서 조사대상 기관 선정에서 행정처분 수위 결정에 이르기까지 의료계의 참여가 보장되고, 서면조사 신설, 그리고 조사관들에 대한 사전교육 등이 이루어져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있다. 반면 이 정도 수준의 개정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의료현장에서 체감하는 개정 지침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이 큰 의미를 지닌다.

서론

최근 현지조사로 인한 개원의들의 자살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보건복지부는 현지조사지침을 개정하고 2017년 1월부터 실행하고 있다. 강압적인 현지조사의 문제점에 대해 그동안 의료계는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였고,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의 의견을 일부 받아들여 현지조사지침을 개정하게 된 것이다.
개정된 내용은 현지조사선정심의위원회 구성, 행정처분심의위원회 구성, 서면조사 제도 도입, 제한적 사전통지 등이 주된 내용이며, 이 밖에도 조사인력의 사전교육 강화, 조사대상기간의 구체화, 조사 시 자료 요청 구체화, 조사결과의 최종확인 절차 명확화, 현지조사 후 행정처분 등 사후관리 절차 및 기간 안내, 공단의 현지조사 의뢰 대상기관 추가, 조사명령서 등 서식 명문화 등도 지침 개정에 포함되었다.
일견 의료계의 요구가 상당히 담보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각 사안별로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향후 개선방안을 논해야할 것이다.


본론

1. 개정사항에 대한 평가

1) 현지조사선정심의위원회 구성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두드러진 사안은 의료계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현지조사 대상자 선정기구를 따로 설치한다는 것이다. 의료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부분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 의약단체, 시민단체, 법조계, 전문가 등 위원으로 구성된 12명 중에 의사협회 위원은 단 1명에 불과해 과연 얼마나 의료계의 목소리가 담보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보건복지부장관이 심의대상기관으로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나 긴급조사, 이행실태조사 및 보장기관에서 의뢰하는 기관은 심의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어 선정심의원회의 실효성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2) 행정처분심의위원회 구성

이번 개정안은 법률전문가, 소비자단체, 의약단체, 처분청 대표 등으로 구성된 행정처분심의원회를 설치하여 위반행위의 동기나 목적 등을 고려하여 처분할 필요가 있는 대상을 선정하도록 하였다. 고의적인 거짓이나 부당청구가 아닌 착오청구나 단순오류청구에 의한 경우는 선처가 필요하다는 의료계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위원회 역시 구성인원 중 의료계 위원이 적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거짓청구는 심의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 역시 상당한 문제가 있다. 사안이 애매하여 거짓청구 부당청구 모두 적용이 가능한 경우도 많고, 모호한 급여기준이나 개원초기 제대로 규정을 숙지하지 못하여 발생한 거짓청구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착오청구로 분류해야 함에도 심의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거짓청구 역시 심의대상으로 분류하여 고의성이나 착오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


3) 서면조사 제도 도입

서면조사의 도입은 현지조사를 대체할 수 있어 요양기관에 유리할 것으로 생각될 수 있으나, 이 역시 다양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서면조사 대상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아 남발의 가능성이 크다. 현지조사의 경우 행정력이 소요되는 조사이므로 조사자 입장에서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나, 서면조사는 별다른 준비 없이 동시에 많은 요양기관을 조사할 수 있어 구체적 기준이 없다면 남발될 소지가 다분하다.
둘째, 향후 서면조사는 현지조사를 위한 빌미가 될 소지가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경우 요양기관에 먼저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부당이 의심되는 경우 방문확인을 한다. 자료제출을 아무리 잘해도 건강보험공단의 자의적인 해석에 의해 부당청구로 몰려 방문확인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마찬가지로 보건복지부의 서면조사 역시 요양기관의 성실한 답변과는 별개로 부당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서면조사 결과를 빌미로 현지조사를 할 개연성이 다분하다.
이러한 이유로 요양기관은 서면조사에 따른 행정력의 낭비 뿐 아니라, 서면조사와 현지조사를 이중으로 받는 상황이 발생함으로써, 현지조사를 대신한다는 서면조사의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이 크다.


4) 제한적 사전통지

이번 개정안을 통해 현지조사 시 요양기관에 미리 사전통지 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선정심의위원회에서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심의한 요양기관에 한정된 제한적 사전통지이다. 차트를 실제와 다르게 수정하는 경우 의료법으로 처벌을 받고, 이미 청구 자료가 건강보험공단에 존재하고 있어 실제 증거인멸의 우려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사전통지 하겠다는 것은 제도의 실효성을 의심하게 한다.


5) 조사 시 자료 요청 구체화

이번 개정안 중 특이한 사안 중 하나가 현지조사 시 자료 요청을 구체화하고 최소화한다는 부분이다. 기존 지침에는 없던 내용으로 조사 사항과 관계없는 자료까지 요구했던 그동안의 조사 행태가 개선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요양기관의 종별, 진료과목, 부당의 개연성이 높은 내역 등과 관련된 자료 위주로 구체화하여 최소한으로 자료 요청”한다고 규정되어 있을 뿐, 어떤 상황에서 어떤 자료를 요청할 것인지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지침은 전혀 없다. 오히려 모든 조사대상에게 “요양기관의 인력, 시설, 장비 등의 현황, 진료기록부, 조제기록부, 본인부담금수납대장, 약제비용 계산서 등 법정 보존의무 서류 등의 확인”을 규정하고 있어, 개정 전과 마찬가지로 사안과 관계없는 모든 자료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부당과 관련된 최소한의 자료 요청이라는 취지가 실현될지 의문이다.


6) 기타 사항

개정안은 이외에도 조사인력의 사전교육 강화, 조사대상기간의 구체화, 조사결과의 최종확인 절차 명확화, 현지조사 후 행정처분 등 사후관리 절차 및 기간 안내, 조사명령서 등 서식 명문화 등도 지침 개정에 포함하였으나, 이전에 이미 지침에서 담보해야할 부분을 이제야 규정하고 있다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


2. 개선방향

비록 이번 개정안이 의료계의 요구를 수용했다 하더라도 아직도 미진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현지조사 지침의 개선방안을 제시한다.


1) 착오청구 구제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부당청구나 거짓청구는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모호한 급여기준이나 개원초기 급여기준 미숙지에 따른 착오청구, 또는 단순오류에 의한 거짓부당청구는 당연히 구제받아야 한다. 현재는 착오청구라 하더라도 고의적인 거짓부당청구와 다를 바 없이 처벌을 함으로써 단 한 번의 실수로 업무정지, 과징금, 자격정지, 형사처벌 등의 엄벌을 받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이다. 행정조사기본법 제4조(행정조사의 기본원칙) ④항은 “행정조사는 법령등의 위반에 대한 처벌보다는 법령등을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는 처벌을 우선하고 있다.
급여기준을 명확하게 하는 등의 제도적 방안 이외에 행정처분심의위원회를 실효성 있게 운영함으로써 착오청구의 경우 행정처분을 대폭 감경하거나 없애는 등의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개정안은 거짓청구의 경우 행정처분심의위원회에서 심의조차 받지 못하도록 했으나, 착오에 의한 거짓청구의 경우 심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이나 심평원에서 의뢰되어 현지조사를 받은 경우, 공단이나 심평원 조사 이후 거짓부당청구가 개선되었다면 이에 대한 선처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예컨대 건강보험공단이나 심평원 조사 이후 청구가 개선되었다면 그 부분에 가중을 두어 행정처분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선계도 후처벌의 원칙을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2) 조사 범위 최소화에 대한 명확한 지침

행정조사기본법 제4조(행정조사의 기본원칙) ①항은 “행정조사는 조사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실시하여야 하며, 다른 목적 등을 위하여 조사권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비치해야 하는 거의 모든 자료를 조사하고 그 중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나오는 대로 조사를 한다. A라는 사안을 조사하다 문제가 없으면 B, C, D 등 기타 사안들을 지속적으로 조사한다는 것이다.
비록 개정 지침에는 부당의 개연성이 높은 내역 등과 관련된 자료 위주로 구체화하여 최소한으로 자료 요청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 어떻게 최소한의 자료를 요청해야 한다는 지침은 전혀 없다. 부당이 의심되는 특정 사안에 대해서만 최소한의 자료만을 요구하고 조사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론이 제시된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고, 특정 사안이 아닌 다른 사안은 조사하지 못하도록 명시해야 한다.


3) 사전통지 의무화

현장에서 느끼는 현지조사의 문제점 중 하나가 사전통지 없이 갑자기 조사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조사에 제대로 진료가 되지 않는 것은 별개로 하더라도 사전통지 없이 조사를 받는 것에 대한 피조사자의 심리적 압박은 상상을 초월한다.
행정조사기본법 제17조는 모든 조사는 사전통지를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개정된 지침 역시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인 사전통지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요양기관의 경우 대부분의 청구 자료가 이미 건강보험공단에 넘어가 있고, 진료기록의 불법적인 수정이나 폐기는 의료법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거의 없다. 따라서 사전통지를 제한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강제규정으로 한다 해도 실질적으로 현지조사가 방해될 염려는 전혀 없다.


4) 조사자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규정 마련

조사자의 진료방해, 강압적인 언행 및 임의로 조사기간 연장 등 요양기관은 조사과정 중에 여러 부당한 행위를 경험한다. 이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으려 해도 현실적으로 책임을 묻기는 대단히 어렵다. 아무 거리낌 없이 조사자의 부당한 행위가 행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실질적인 법적처벌이 어렵고, 현지조사 지침에 구체적인 처벌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조사자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규정을 현지조사 지침에 마련해야 하는 이유이다.


5) 피조사자 의견 피드백

현지조사는 철저히 갑과 을의 관계에서 조사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요양기관은 불만이 있다 하더라도 조사과정에 불만을 제기할 수 없고 조사 후에도 이를 토로할 소통구조가 없다. 조사자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피드백이 없으니 다른 조사에서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그 요양기관 역시 똑같은 피해를 경험한다. 조사 후 조사자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설문조사와 같은 피드백 구조가 필요하다.


6) 행정처분 기준이 되는 거짓 및 부당청구금액 현실화

현재 거짓청구는 자격정지, 부당청구는 업무정지와 같은 행정처분이 행해진다. 행정처분의 기준은 월평균 거짓 및 부당청구금액과 매출액 대비 비율이다. 매년 수가가 인상되는 만큼 행정처분의 기준이 되는 거짓 및 부당청구금액 역시 올라가야 하나, 여전히 십 수 년 전 과거의 금액을 기준으로 행정처분을 내리고 있다. 매년 행정처분의 기준이 강화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행정처분 기준금액에 대한 현실화가 필요하다.


결론

조사대상자 선정 및 행정처분 결정과정에 의료계의 참여, 서면조사, 사전통지, 조사자료 최소화 등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의 의견을 수용하여 현지조사지침을 개정했다고는 하나, 실제 지침을 자세히 살펴본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장에서 현지조사의 개선을 체감하기 위해서는 실제적인 방안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착오청구 구제방안, 조사범위 최소화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 사전통지 의무화, 조사자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 마련, 피조사자 의견 피드백, 행정처분 기준 현실화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더불어 현지조사와는 별개로 모호한 급여기준 개선, 개원 초 규정 미숙지에 의한 착오 또는 오류청구 계도 및 교육, 건강보험공단 및 심평원 부당 확인 후 청구 개선 시 선처 등의 선계도 후처벌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건강보험재정을 부당한 방법이나 허위의 방법으로 청구하는 것은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 그러나 고의가 아닌 단 한 번의 실수로 강력한 처벌을 받고, 조사에 따른 심리적 압박 때문에 피조사자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다면, 현지조사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이 의료계의 의견을 일부 담보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으나, 아직은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보다 전향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작성일 :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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