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포럼
 
 
 
19대 대선 각 정당별 일차의료(동네의원) 활성화 공약에 대한 소고 / 김 선 호
 
<편집자 주> 사상 유례없는 조기대선으로 5월 9일 신임 대통령이 취임하고 새정부의 위용이 갖추어져가고 있다. 앞서 의료계는 탄핵 결정 이후, 체계적인 대선공약 대응 등을 위해 컨트롤타워격인 ‘대선참여운동본부’를 정식 발족하고 기민하게 움직였다. 발족 후 약 2개월여 동안 대선참여운동본부는 각 대선캠프 및 정당과의 긴밀한 정책협의 과정을 거쳤으며, 의사회원과 가족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네트워크 강화 활동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제 새정부는 후보시절의 공약에 대해 실현가능 여부 등 구체적인 검토과정에 돌입할 것이다. 이런 과정 속에 폐기되거나 수정되는 공약도 있을 것이다.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특성이 있는 만큼, 먼저 의료계에서 후보를 가리지 않고 중요한 공약에 대해서 상기시키고 다시 제안을 한다면 새정부로서도 환영할 일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대선당시 각 후보의 보건의료 주요 공약을 살펴보고, 보건의료 전문가로서 리뷰하고 평가하는 것이 큰 의미를 갖는다.

1. 서론

최근 11년의 기간 동안 ‘의료기관별 진료형태별 요양급여실적(외래)’ 추이는 동네의원은 계속 줄고 있고, 병원은 계속 늘고 있다.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과 감기 등 경질환을 담당하는 동네의원의 외래점유율이 하락함으로써 의료전달체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는 개선되기는커녕 악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동네의원의 점유율은 지난 2005년 71.0%에서 2016년 58.4%로 12.6%포인트 줄었다. 반면 병원은 같은 기간 동안 29.0%에서 41.6%로 12.6%포인트 늘었다. 금액으로 보면 그 심각성이 느껴진다. 동네의원은 2005년 4.3조원에서 2016년 8.6조원으로 2배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병원은 1.8조원에서 6.1조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의료전달체계의 왜곡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발생시킨다. 환자들은 보다 나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 2~3배 높은 진료비를 기꺼이 지불하고 상급병원을 찾아 가지만, 환자 쏠림 현상으로 인해 1시간 대기 3분 진료와 같은 폐해가 일상화 되고 있다. 상급병원과 동네의원 간 협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동네의원의 경영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동네의원과 상급병원은 각자 맡은 역할이 다르다. 동네의원의 역할은 지역사회에서 경증질환과 만성질환의 외래진료를 담당하는 것이다. 상급병원의 역할은 고난이도 중증질환의 입원진료와 연구, 교육을 담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거대해진 상급병원에서 환자유치를 목적으로 외래진료에 힘쓰면서 동네의원의 역할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국제연합(UN)은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일차의료(동네의원)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권고했다. 일차의료가 활성화되면 의료비는 절감되고, 국민의 건강수준이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호주는 일차의료의 활성화를 위해 11가지 인센티브를 동네의원에 제공하고 있다.


2. 본론

지난 19대 대선에서 일차의료(동네의원)의 중요성에 공감한 각 정당의 후보들은 관련 공약을 발표한바 있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좀 더 세밀하게 검토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등 나머지 4개 정당의 공약도 문재인 정부가 새겨 보았으면 한다. 이에 의료정책연구소가 집계한 ‘19대 대선 후보 정책 공약 비교표’ 중에서 일차의료와 관련된 공약을 살펴보았다.


2-1. 동네의원 활성화와 관련된 공약

먼저 일차의료 공약 중에서 동네의원과 관련된 내용을 보면 대통령을 배출한 더불어민주당이 동네의원의 요구 사항을 대폭 반영한 점이 눈에 띈다. 일차의료특별법을 제정하여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전담인력, 교육체계, 전담조직 등을 신설한다는 내용이다. 일차의료특별법 제정은 그간 대한의사협회가 갈수록 악화되는 동네의원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추진해온 회무이다. 자유한국당도 일차의료특별법을 추진한다고 공약했다. 국가와 지자체가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비용을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취지이다. 현재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전화상담 수가 시범사업,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 등 동네의원 활성화를 위한 시범사업을 정책으로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재정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국가와 지자체가 비용까지 부담하는 부분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공약은 되새겨 볼만 하다. 문재인 정부가 일차의료특별법에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이 공약으로 밝힌 ‘동네의원 어르신 바우처제도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갈수록 더해가는 우리나라 인구고령화는 세계적으로도 증가 속도가 빠르다.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 중 7% 이상일 때 고령화 사회, 14% 이상일 때 고령사회, 20% 이상을 초고령화 사회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3%에서 오는 2030년에는 24.4%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노인 인구의 증가는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과 치매 등 노인성질환의 증가를 가져온다. 만성질환 관리와 경증질환은 일차의료인 동네의원에서 담당하는 게 맞다. 동네의원 어르신 바우처제도의 도입은 인구고령화에 대비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는 동네의원 활성화를 위해 동네의원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한 호주의 사례처럼 우리나라에 맞는 동네의원 인센티브제도가 될 것이다.


2-2. 의료전달체계와 관련된 공약

다음으로 일차의료 공약 중에서 의료전달체계(의료기관간 역할 재정립)와 관련된 내용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대형병원 외래진료제한을 위해 의원급은 행위별수가, 병원급은 포괄수가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중증질환, 입원환자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능별 수가구조를 마련하는 것이다. 여기에 시범사업 중인 진료의뢰회송 체계 강화도 공약했다. 회송에 대한 인센티브에 더해 페널티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정의당은 의료전달체계와 관련해서 대형병원 쏠림 중심의 낭비적인 보건의료체계 개편을 공약했다. 이를 위해 수도권 대형병원 신증설을 억제하는 정책을 약속했다. 정의당은 동네의원 활성화 공약에서는 의원과 병원의 역할을 구분하는 방안을 밝혔다. 의원은 일차의료기관과 이차전문클리닉으로 전환하고, 중소병원은 지역거점병원, 전문병원, 요양재활병원 등으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이러한 정의당의 공약을 문재인 정부가 가져다 쓰려면 여러 이해관계자의 이해가 엇갈린다. 먼저 이해관계자들의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2-3. 동네의원 역량강화를 위한 공약, 사회적 합의로 시행해야

5개 정당의 19대 대선 후보의 일차의료 공약 중에서 이미 시행 중인 정책을 더 강화하거나 새로 도입해야 하는 공약 대부분은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차가 있는 정책들이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정치력을 발휘해서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이미 시행중인 정책이지만 더 강화하는 공약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약속한 ▲야간 공휴일 진료수가 확대 ▲불법 사무장병원에 대한 처벌과 수익환수 강화-건강보험 청구를 통해 실질적으로 사람(사무장)에 대한 환수・몰수・형사처벌 적용 확대 ▲진료의뢰회송체계 강화-회송에 대한 인센티브 및 페널티 도입 등이다.
정책으로 시행하기 전 국회 등 더 큰 범위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공약으로는 정의당이 약속한 ▲의원은 외래 중심, 병원은 입원 중심으로 보건의료 정상화-의원은 1차 의료기관과 2차 전문클리닉으로 전환, 중소병원은 지역거점병원, 전문병원, 요양재활병원 등으로 전환 ▲대형병원 쏠림 중심의 낭비적인 보건의료체계 개편-수도권 대형병원 신증설 억제 등이다.


3. 결론

19대 대선에서 각 정당이 밝힌 공약 중에서 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인 동네의원의 역량을 강화하는 공약들은 문재인 정부가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일차의료특별법 제정 ▲동네의원 어르신 바우처제도 ▲만성질환 관리 및 의료비부담완화와 관련된 의료기관에 인센티브제도 도입 등이다. 이에 더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과 이를 이용하는 환자에 대한 공공적 규제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의료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의료도 서비스이고, 의료서비스 또한 의료소비자인 환자가 선택하는 재화이다. 앞서 보았듯이 지난 11년간 동네의원과 병원 간의 외래환자 역전 현상이 일어난 근본적 이유는 병원이 환자의 신뢰와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환자의 의료서비스 수요에 부응하는 공급에서 병원이 의원에 비해 우위에 서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동네의원과 병원 간 경쟁력 차이는 의료전달체계의 왜곡이라는 부작용을 낳는 것이다. 의료서비스를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에 맡길 수 없는 이유이며, 공공적 규제가 필요한 이유이다. 더 강화된 공공적 규제로 일차의료가 활성화되고 의료전달체계가 정립되면 의료비는 절감되고, 국민의 건강수준은 한 단계 더 높아질 것이다.


3-1. 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이용에 대한 공공적 규제

환자에 대한 공공적 규제는 동네의원과 병원 간 본인부담을 큰 폭으로 차별화하는 것이다. 페널티와 더불어 인센티브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고혈압, 당뇨병 등 52개 경증질환에 대해 환자의 진료비와 약제비 본인부담을 일차의료기관을 이용하면 현재보다 줄이는 인센티브를 주고,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면 전액 본인이 부담하는 페널티를 주어야 한다. 상급종합병원에게는 이러한 페널티를 환자에게 설명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관련 법규에 명시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 실효성을 더욱 높이려면 대국민 홍보와 계도도 필요하다.


3-2. 상급종합병원의 외래환자 진료에 대한 공공적 규제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공공적 규제는 외래환자 차등수가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의사의 하루 진료건수를 제한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불이익을 줌으로써 상급종합병원이 외래환자를 확대하려는 유인 동기를 차단해야 한다. 이는 왜곡된 의료전달 체계를 정상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의사 1명이 하루에 외래환자를 평균 몇 명을 보는지를 조사하여 절반부터 차등수가제를 도입, 진찰료 등의 수가를 지불하지 않거나 차감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작성일 :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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