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포럼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재활서비스 신설 논의에 대한 검토 / 백 경 우
 
<편집자 주> 기동민 의원은 지난해 12월 재활급여 신설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하였으며 현재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된 상황이다. 노인의 건강증진과 노인성 질병의 예방・완화를 위해서는 재활의료서비스의 필요성이 인정됨에도,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서는 재활서비스가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다.
재활급여 신설에 대해서는 기존에 없던 급여종류를 신설하는 것이므로 방문재활급여의 공급체계, 적절한 서비스 내용・기준, 수가 수준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또 방문재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 인프라도 확보가 되었는가 하는 질문도 있을 수 있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방문재활서비스를 허용할 경우 건강보험과의 차이에 따른 의료체계의 왜곡을 가져올 뿐더러, 한의사에 의한 불법의료행위가 만연될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노인 재활급여 신설 논의를 살펴보고,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서론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시행된 지 올해로 10년째를 맞고 있다. 대한민국의 의료제도가 2008년 7월전까지는 치료와 요양이 혼재되어 있었으나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 후 개호, 요양대상의 환자군을 분리하여 노인요양환자와 가족들의 요양필요를 채워주고 가족들이 간병의 부담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사회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끔 해준 것이 사회분야에서 긍정적인 역할이라 하겠다. 제도가 시행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급여의 종류와 범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전통적인 시설급여, 재가급여, 현물급여 외에 복지용구의 제공범위와, 노인치매에 대한 서비스 확대 등이 그것이다. 더 나아가 수급자에 대한 서비스 확대의 일환으로 일부 정치권에서 장기요양시설에서의 재활치료 또는 재가급여의 종류에 방문 재활요양의 신설이 논의되고 있으며 간병비 급여화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보다 많은 급여서비스를 제공하면 수급자의 입장에서는 일단 환영할만하나 자칫 과잉, 중복서비스 논란과 재정문제로 제도자체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활서비스 신설논의에 대하여 제도 도입취지 및 관련법, 현 의료체계와 상충여부, 환자의 안전, 장기요양보험 재정관리 측면에서 타당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건강보험, 무엇이 다른가?

많은 국민을 비롯한 의료계 및 정관계 종사자들도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건강보험의 역할에 대해서 혼동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현재의 노인장기요양보험 시설급여 수급대상자 가운데 상당수는 2008년 7월전까지는 건강보험 수급으로 관리했었다. 적극적인 치료로 건강상태를 호전시키려는 목적을 가진 환자라기보다는 집으로 모시기에는 관리가 부담스러운 기능장애를 가진 환자군을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치료 가능한 특이 질병을 가지고 있지 않은 노인성 질환으로 인한 장애는 치료의 대상이기 보다는 관리와 간병, 일상생활 보조의 대상이다. 급성기 치료기가 지난 뇌졸중, 파킨슨병, 치매, 심한 관절염 합병증으로 인한 일상생활기능장애 등이 대표적인 질환군이다. 이러한 환자들은 간병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간병인을 두거나, 가족간병을 하는 사례가 많았고, 때에 따라 간헐적인 입원을 하여 관리를 받기도 하였다. 따라서 적지 않은 간병비, 가족간병으로 인한 사회경제활동 저해, 급만성기 병상 점유로 인한 치료병상 부족과 기한 없는 의료비의 지출 등이 문제가 되었다.
이러한 부담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치료보다는 복지차원에서 요양보험 제도를 도입해서 보험급여를 통해 환자를 도우며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고, 환자가족의 사회, 경제 활동을 보장하고, 불필요한 의료비의 지출을 줄이고, 또 요양원과 요양보호사를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차원도 고려하여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즉 치료중심의 건강보험서비스에서 신체활동지원과 가사지원중심의 사회복지서비스를 분리하게 된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모두 운용하고 있지만 제도와 급여내용, 근간이 되는 법률과 이를 수행하는 재정도 분명히 달리하여 10년간 운영되고 있고 많은 국민이 현행 노인장기요양보험서비스에 만족해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의 보호자를 대상으로 2015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한 현행 서비스만족도 조사결과 만족도가 89.7%에 달한다. 이제 상대적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서비스와 건강보험 서비스를 노인장기요양보험법과 건강보험법을 기초로 해서 살펴보자.


1)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1조에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등에게 제공하는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 지원 등의 장기요양급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노후의 건강증진 및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한마디로 인구고령화, 핵가족화, 여성의 사회경제활동 증가에 따른 변화된 환경에서 노화로 인해 거동제한이 있는 가족에게 신체활동, 가사지원 활동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가족이 담당하던 노인요양을 별도의 사회보험 재정으로 국가가 책임지는 획기적인 전환이며 급여의 내용에 치료적인 부분은 배제되어 있다. 다만 제3조 기본원칙에서 장기요양급여는 노인 등의 심신상태나 건강 등이 악화되지 아니하도록 의료서비스와 연계하여 제공해야함을 명시하고 있다.


2) 건강보험 서비스

건강보험법은 국민의 질병, 부상에 대한 예방, 진단, 치료, 재활과 출산, 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의료서비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에 노인장기요양서비스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하고 재정부담도 크다. 많은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가 재활치료의 대상이기도 하여 수급자의 편의를 위해 재활서비스가 장기요양서비스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이 있지만, 특별히 재활이 건강보험법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고 임상의학과로서 재활의학과가 물리치료와 작업치료를 포함한 재활치료 전반을 관장하고 실행하고 있기에 건강보험 서비스로서 구분되어야 한다.


3)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건강보험의 관계설정

최근의 한 보고서에 의하면 노인장기요양 등급인정자의 96%인 43만 3,920명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장기요양보험 등급인정자의 82.2%인 37만 1,715명이 장기요양과 의료서비스를 함께 받고 있다고 한다. 환자당 치료요구도와 요양요구도가 혼재되어 있기에 두 보험이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서 역할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수급자의 입장에서 양자 보험을 이용하는데 제한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받다가 의료의 도움이 필요하면 병의원 방문하여 진료를 받는 것이 당연하며 병의원 치료 후 치료요구도가 떨어지고 요양요구도가 커지면 장기요양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족이지만 최근 이슈화가 되고 있는 간병비 급여화의 문제도 원칙적으로 접근한다면 병원 치료는 건강보험으로, 간병제공은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담당하는 방향으로 정리되었으면 한다. 다만 급격한 재정 부담을 감안하여 간병제공의 범위와 시간은 단계적으로 조정한다면 국민적 부담이 큰 간병비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특성을 감안하여 건강보험에서 담당하는 재활서비스 신설을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기획취지에 어긋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의료에서 사회복지 부분을 떼내어 대상자와 가족에게 중점적인 도움을 주고자 기획되고 실행중인 것인데, 치료의학의 한 분야인 재활을 거꾸로 장기요양 보험에 끼워 넣는 것은 다시 치료와 복지를 혼합시키는 것이며 치료의 중복으로 의료자원을 낭비하는 것이다.

2. 기존의료체계에 배치된다.
재활서비스는 건강보험법과 하위법령에 정의와 치료내용, 치료방법, 관련의료인 등이 엄격하게 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데, 비의료인에 의해 운영되는 요양시설이나 재가요양에서 이러한 원칙들을 지켜가며 재활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행 건강보험체계에서 물리치료, 작업치료 처방 전문과의 제한, 비상근 의사 및 비상근치료사의 불인정, 의료기사법에 근거한 지도감독권 등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여 무분별한 재활치료의 남용을 금지하고 있는바, 장기요양보험에서 같은 내용의 치료를 한의사 등 비자격자가 처방하게 하고 관리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재활치료를 허용한다면 장기요양보험 대상자를 잠재적 위험에 처하게 하고, 형평성 및 불법시비가 제기될 것이 분명하다.

3. 재정분리의 원칙에 어긋난다.
재활서비스에는 재정 부담이 뒤따른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관리는 건강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장기요양보험제도의 보험자로서도 역할을 하고 있다. 장기요양 행정업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당하고 있지만, 장기요양보험재정은 건강보험 재정과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다. 재활은 치료의 분야로서 재활치료에 소요되는 비용은 원칙적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아닌 건강보험 재정으로 부담해야한다. 보험료 부과체계상 건강보험은 매월 기준소득월액의 6.12%가 부과되고, 장기요양보험료는 해당 건강보험료의 6.55%, 즉 기준 월소득액의 0.4%가 부과된다. 재정규모가 큰 건강보험으로 운영하는 재활서비스를 그보다 훨씬 적은 재정의 노인장기요양보험재정으로 중복 운영한다는 것은 현재도 재정압박을 받고 있는 장기요양보험 재정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며, 만에 하나 장기요양보험료율의 인상으로 이어진다면 국민의 부담 증가로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4. 재가급여로서 방문재활요양은 수급자의 재활 요구도를 채워줄 수 없다.
현재 노인장기요양법 제7조에 명시된 재가급여의 종류는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주야간보호, 단기보호 등으로서 모두 방문하여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이다. 그러나 재가재활요양이라는 것은 그 복합용어부터가 모순이다.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를 장기요양 요원화하여 재가재활을 한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인력과 시설과 장비를 요하는 재활치료 행위를 집에서 한다는 것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며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일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 가운데 재활치료 요구도가 우선순위에 있다면 어떻게든 재활치료가 가능한 시설로 이동시켜 전문재활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이동에 문제가 있는 수급자는 외부로 이동할 수 있는 차량과 보조 장비를 확대하고 지원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고 대상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여긴다.


결론

국민을 위해 새로운 제도가 신설되고 발전하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비스의 내용과 질이 향상되고, 대상이 확대되며, 거기에 소요되는 재정이 안정적으로 균형을 맞춰가며 변화해야한다고 본다. 장기요양보험에 재활서비스를 추가하려는 시도도 이러한 일환으로 이해하나 노인장기요양보험에 재활서비스를 신설한다는 것은 법과 제도의 기획의도, 우리나라의 의료와 면허체계, 그리고 독립적인 재정운영상 적절하지 않다. 또한 재가재활요양이라는 것은 수급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서비스는 아니다. 따라서 노인장기요양보험에 재활서비스를 신설하고자 하는 논의는 중단되어야 한다. 만일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추가적인 서비스 신설을 고려한다면 개호서비스에 해당하는 간병비의 일부라도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부담하는 것을 고민해봤으면 하는 제언을 드린다.

 

 

 

 

작성일 :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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