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포럼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역할 정립 / 가 혁
 
<편집자 주> 노인의 90%가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고, 2개 이상의 복합이환자가 72.2%에 이르는 등 노인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필요도는 매우 크다. 그러나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는 의료서비스와 요양서비스를 분리해서 접근하고 있어, 케어의 연속성과 통합성이 저해된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을 이용할 때 질병 중증도와 같은 의료적 필요도와 관계없이 선택을 함으로써,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이용자의 상병이나 기능상태, 건강문제가 유사하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처럼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간에 기능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으면서 자원의 배분이 비효율적이게 되며, 노인들의 요구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기관 개설자가 노인의료시설과 복지시설을 함께 개설하여 의료와 복지를 동시에 제공하는 노인의료복지복합체를 도입하자는 의견에서, 노인의료복지시설을 의료인만 설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 등 다양한 제안이 있다. 이에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바른 역할 정립을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본다.

서론

요양(療養)의 사전적 의미는 ‘휴양하면서 조리하여 병을 치료함’이다[1]. 즉, 요양병원, 혹은 요양시설이라는 공간은 의학적 치료뿐만 아니라 입소자들이 앓고 있는 만성질환과 일상생활수행능력(ADL, activities of daily living) 저하 등의 취약한 여건을 장기적으로 보살펴서 입소 초기 환자의 상태를 오래도록 유지시켜주는 곳이라 할 수 있다. 2008년은 우리나라 노인장기의료 및 노인장기복지 시스템의 큰 전환점이 된 해이다. 요양병원 수가제도와 더불어 노인요양시설에서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노인 인구가 전체의 14%를 돌파하여 고령사회(Aged Society)가 되는 동시에, 우리나라의 대표적 노인장기요양시설인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이러한 새 제도가 정착된 지 10주년이 되는 2018년을 앞둔 시점에 두 기관의 특징을 비교해보고 역할 정립에 대해 논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본론

1. 우리나라 요양병원 현황

장기요양이 필요한 노인들을 주로 요양시설에서 수용하는 대부분의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독특하게도 20여 년 전부터 의료기관인 요양병원이 장기입원 환자의 의학적 치료와 요양을 담당하는 대표적 기관으로 자리 잡아 왔고,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그 수가 증가하여 현재는 전국적으로 1,400여 개에 달한다. 이런 배경에는 비교적 저렴한 의료수가로 인해 병원의 문턱이 낮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사료된다. 의료법에 따르면 요양병원은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주로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의 한 형태로서, 30개 이상의 요양병상(장기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하기 위하여 설치한 병상)을 갖추어야 한다(의료법 제3조제2항제3호 및 제3조의2). 입원대상은 주로 요양이 필요한 자이며 노인성 질환자, 만성질환자, 외과적 수술 후 또는 상해 후 회복 기간에 있는 자로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한 감염병 환자의 입원은 금지되어 있다(의료법 시행규칙 제36조). 또한, 동법에서는 정신보건법에 따른 정신병원과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의료재활시설 중 요건을 갖춘 의료기관도 넓은 의미의 요양병원으로 규정하고는 있으나, 이 글에서는 정신병원과 의료재활시설을 제외한 요양병원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하겠다. 요양병원은 병원의 기능과 요양기관의 기능이 복합적으로 갖추어진 곳으로서, 현재 우리나라의 요양병원은 크게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2].

복합기능을 가진 요양병원(치매 등 만성질병의 장기적 치료)
재활치료 위주 요양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 위주의 요양병원
아급성기 치료 중심의 요양병원

요양병원의 질 평가는 2008년부터 시작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한 적정성평가와 2013년부터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 의해 총 241개 항목에 대해 4년 주기로 평가하는 요양병원 인증평가제도가 있다.


2. 우리나라 요양시설 현황

노인복지법에 따라 우리나라의 요양시설(노인의료복지시설)은 입소정원 10인 이상의 노인요양시설과 5인 이상 9인 이하의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으로 구분된다. 시설의 장은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른 사회복지사나 의료법에 따른 의료인만이 할 수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되기 직전인 2005년에 전체 요양시설의 개수는 583개소, 입소정원은 35,172명이었으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 2008년에는 각각 1,832개소, 81,262명으로 급증했고, 2015년에는 5,063개소, 160,115명으로 증가하였다[3].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88개 항목에 대하여 시설급여평가매뉴얼이라는 도구를 제작하여 주기적으로 요양시설의 질 평가를 하고 있다. 요양시설에 의료인의 상주 근무가 필요하지는 않으나 협약의료기관 및 촉탁의사 운영규정에 의거 입소자 별로 월 2회 이상 의사에 의한 진찰 등을 받도록 되어 있고, 특히 2017년 1월부터는 이 규정을 강화하여 촉탁의사 교육을 이수한 의사만이 대한의사협회의 추천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촉탁의사 활동에 따른 비용 제공기준도 명확히 정해지게 되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특징을 다음 [표 1]과 같이 요약하였다.


3. 현재의 노인장기요양시스템, 무엇이 문제인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시행 후에 가장 흔히 지적되는 문제점 중의 하나는 입소자 선정의 부적절성이다[4].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각 공단 소속 장기요양직원들이 신청자들을 평가하고 등급판정위원회에서 5등급으로 구분하여 등급 판정을 하게 되는데, 중증도가 높은 1,2등급에 가까울수록 요양시설에 입소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그 결과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요양 1,2등급 환자가 요양시설에 입소하고, 오히려 시설에 입소해도 되는 경증 환자들이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이는 요양등급 판정의 기준이 신체활동이나 가사활동 필요 여부와 같은 수발 필요도만을 고려하고 의료 필요도는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요양시설 입소자 중 약 30%가 의료적 필요도가 높았으며, 반대로 요양병원 입원환자 중 약 절반은 병원 서비스에 대한 요구도가 낮은 환자라는 보고도 있다[5]. 요양병원은 저렴한 급여비를 내세워 노인의료서비스를 위한 공급기반 확충에는 상당한 기여를 하였으나, 급격한 수적 증가는 요양병원간 및 요양시설과의 과다한 경쟁을 유발하여 질적 저하를 가져오거나, 반대로 급성기 병원의 접근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아직도 요양병원 기능에 대해 정확한 사회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철저히 양분되어 평행하게 운영되는 현행 보험제도로 인해 요양시설 입소자가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순간 간병서비스에 대한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등, 두 제도의 상호보완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렇듯 두 개의 기관 역할 분담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급성기-아급성기-장기요양-지역사회 복귀로 이어져야 하는 바람직한 노인환자 케어 시스템의 작동은 요원(遙遠)한 상태이다.


4. 바람직한 노인장기요양기관의 역할 정립

우선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입원 기준의 정립이 필요하다. 현재는 주로 보호자들의 경제적 여건이나 선호도에 따라 입소 기관이 결정되고 있다. 특히 요양시설 입소자들은 의학적 필요도와 무관하게 요양시설에 영구적으로 머무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향후에는 입소 대상자들의 중증도에 따른 입소 기준이 마련되어 지고, 입원 후에도 엄격한 평가시스템이 가동되어 필요시에 즉각 의료기관으로 의뢰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요양병원의 경우에도 규모나 기능에 따른 최소한의 입원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급성기 치료 이후에 재활치료나 집중적인 의학적 감시가 필요한 아급성기 상태의 환자에 대해서는 요양병원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수이다. 또한 장기요양이 필요한 노인환자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치매 환자나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필요한 말기환자 등을 위해 전문화된 요양병원을 위한 입원 기준과 수가제도의 개발도 필요하다. 특히 요양병원 환자들의 케어에 필수 인력인 간병인에 대한 의료급여화가 매우 필요하다.
요양병원 입원 후 회복이 된 환자나 단순한 장기요양 혹은 경증치매에 대한 케어가 필요한 자들은 요양시설에서 케어를 할 수 있게 되어야 하며, 환자나 보호자의 선호도에 따라서 가정에서도 적절하게 케어를 받을 수 있는 개념인 “Aging In Place”도 조만간 실현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현실적인 수가를 담보로 한 가정방문의사 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며 이에 대해 사회 전반적인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최근에 일본에서는 병원종별 기능분화를 통해 급성기 병원을 축소하고 아급성기(급성후기, 경도 급성기, 회복기 재활, 만성기 응급, 호스피스, 완화케어, 터미날케어 등)로의 이행을 추진하는 소위 ‘2025년 플랜’을 추진하고 있고, 의료복지복합체를 통한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의 구축을 구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와 비슷한 보험 제도를 가지고 10여 년 이상 앞서 고령화가 진행 된 일본의 장기의료정책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6].


결론

양대 보험제도로 구분된 현재의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시스템은 노인들에게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보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역할 구분은 매우 불분명하다. 우선 두 기관의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하고 현재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에서 미흡한 아급성기 케어와 지역사회 서비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명심할 것은 모든 서비스의 중심에는 제공자가 아닌 수혜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문헌
1) 네이버 국어사전. http://krdic.naver.com/detail.nhn?docid=28503600, 2017.
2) 가혁, 원장원. 의사, 간호사를 위한 노인요양병원 진료지침서, 3판; 서울:군자출판사, 2016.
3) 국가통계포털, KOSIS [Internet]. 대전: 통계청;[cited 2017 May 21]. Available from: http://kosis.kr/wnsearch/totalSearch.jsp.
4) 윤영복. 일본 보건의료복지복합체의 실체와 국내 적용사례. In: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요양병원 정책현안 세미나. 서울: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2016. P.41-83.
5) 송현종. 요양병원의 현황과 제도개선 방안. In: 남윤인순. 요양병원의 제도개선을 위한 국회간담회. 서울: 건강세상네트워크; 2012. P.3-29.
6) 남상요. 노인의료제도 개선에 대한 제언. In: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노인의료의 미래, 요양병원의 역할은 무엇인가? 서울: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2016. p.3-32.

 

 

 

작성일 :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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