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포럼
 
객원 연구원 공고 ........ [2017-01-11]
초빙(특임) 연구위원 ... [2017-01-11]
2017년 정유년 새해 .... [2017-01-02]
 
 
의사인력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서 해외 의과대학 설립에 대한 고찰 / 서 경 화
 
 

1. 논의배경 및 문제제기

다양한 의료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출산율의 감소 및 인구의 고령화와 같은 인구사회학적인 변화는 의료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의사인력 수급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의사인력의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의사인력 수급 정책의 근거는 주로 의사인력에 대한 수요와 공급 추계 결과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정책입안자들은 추정량의 차이에 따라 목표시점에서의 수급 차이를 줄이기 위한 정책방안을 제시하게 된다. 정책의 방향은 의사인력의 공급량과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량 간의 격차를 줄이고 수급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최근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는 수요의 증가에 맞춰 의사인력의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으로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거나 의과대학을 신설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정부에서는 의사인력 수급 조절 정책으로서 의과대학 신설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국립보건의료대학의 설립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의과대학 신설을 통해 의사인력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 합리적인 정책인지 여부에 대해 충분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의사인력의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적인 관심사와 의과대학 신설 문제가 연계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실정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해외에서 의과대학을 신설하는 과정을 고찰해봄으로써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을 비교분석해보고, 교훈 및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2. 국내 의과대학 신설에 대한 논의

우리나라 의과대학은 국립대학 10개, 사립대학 31개로 총 41개가 설립되어 있다. 1995년 가천의과대학을 마지막으로 1990년대 총 10개 의과대학이 신설된 이후 현재까지 의과대학의 수는 변화가 없었다[1]. 그러나 의사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때면 어김없이 의과대학 신설 문제가 함께 거론되어 왔고, 그마저도 대선과 같은 정치적 이벤트가 있는 시기에 논의되었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과거로부터 의과대학의 신설은 역대 정권의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왔으며, 특히 대통령 선거 시기 의대 신설에 대한 논의가 항상 있었다[2]. 그러나 정권별 의과대학 신설 현황을 살펴보면, 특정 정책이념이나 경제발전 등과 무관할 뿐 아니라 입학정원이 50명 수준의 소규모 의과대학들이 다수 설립되었다. 즉, 의과대학의 신설 시 대학의 효율적인 운영이나 효과적인 의학교육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에도 의대신설 문제는 순수하게 의사인력의 양성보다 정치적인 산물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서는 각 지역구 의원들이 의과대학을 유치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의대신설에 대한 법률안을 발의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2016년 7월에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발의한 「국립보건의료대학 및 국립보건의료대학병원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과 같은 해 9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발의한 「국공립공공의료전담 의과대학 및 국공립공공의료전담의과대학병원의 설치・운영 등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중에 있다. 그리고 최근 12월 19일 윤한홍 새누리당 의원이 창원대학교에 산업의료대학 유치를 위한 「창원산업의료대학 및 창원산업의료대학병원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의과대학 신설의 문제는 의학교육의 중요성이나 질 높은 의사인력 양성에 관한 사항을 주요 목표로 고려되어야 하나, 국내에서는 의학교육과 전문인력 양성의 측면에서 의과대학의 설립이 가지는 본질적인 목적에서 벗어난 채 의과대학 신설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특정지역이나 집단의 이해관계에 엮여 의사인력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의과대학을 신설하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의과대학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우수한 전문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제반 인프라의 구성을 비롯하여 소요되는 비용, 운영에 대한 비용-효과성 등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정부에서 설립을 허가함에 따라 다수의 부실의대를 양성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의학교육은 특성상 타분야 교육과는 달리 다양한 시설과 인력의 충원이 요구됨에 따라 이러한 특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의과대학 신설 인가를 할 경우 부실 의대는 급속히 증가할 것이고, 이로 인해 초래되는 피해와 악영향은 고스란히 학생과 사회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3].


3. 해외의 의과대학 설립과정

국외 의료계에서도 의사인력의 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고, 각국 내에서도 의사인력의 부족 전망 또는 이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한 이견이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인력이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측에서는 국내와 마찬가지로 의과대학 신설을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타 국가들에서도 의과대학 신설의 필요성은 국내와 동일하게 의사인력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기되고 있어 의대신설 현황 및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때 신규 의과대학을 설립하는 과정에는 인증평가 과정이 무엇보다 밀접하게 관여되어 있어 국가별 의과대학 인증평가 내용 및 단계를 통해 의과대학이 설립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의사인력 부족 문제 해결방안으로서 국외 의과대학 신설에 대한 정책방향을 검토하도록 한다.


3.1. 미국

1) 의과대학 신설 현황 및 과정
2006년 미국의과대학협의회(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 AAMC)에서는 미국 내 의사인력 부족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며 2030년까지 2002년 입학정원의 30%를 증원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4]. AAMC에서 가장 최근에 발표한 추계연구에 따르면, 미국 의사인력은 2025년까지 최소 6만 1,700명에서 최대 9만 4,700명까지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5].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 및 의과대학 측에서는 이러한 의사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수적인 단계로서 의사인력을 보다 더 많이 양성해야하며, 그러기 위해 의과대학생의 수를 증가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2002년 이후 입학정원 증원 정책을 통해 2020년까지 32%까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20개 의과대학1)이 신설되기도 하였다[6]. 그러나 미국에서 신규 의학교육 프로그램 또는 의과대학을 신설하기 위해서는 자율적으로 인증평가 과정을 거쳐야 하며, 2016년 12월 현재 7개의 의과대학이 미국의학교육인증평가위원회(Liaison Committee on Medical Education; LCME)에 인증평가를 신청해 놓은 상태이다[7]. 신규 의과대학 또는 의학교육 프로그램 개설은 인증평가 과정을 통해 인증을 받아야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는 인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의과대학 인증평가는 LCME에서 전담하고 있다. LCME는 미국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 AMA)와 미국의과대학협의회가 분리되어 있던 인증평가 업무를 단일화하기 위해 연합하여 설립한 기구로서 미국 및 캐나다 의학교육에 대한 완전하고 독립적인 인증평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8]. LCME의 인증평가 절차에 의하면, 기존의 의학교육 프로그램이나 신설대학의 개발 중인 의학교육 프로그램은 정해진 기간 내에 2가지 자격요건을 유지 및 충족해야 한다. 인증평가과정은 인증평가 신청(application status)과 대기단계(candidate status)를 포함하여 총 5단계를 거쳐야 하며, 각 단계별 평가결과 승인된 경우에 한해 다음 평가단계를 진행할 수 있다. 의과대학의 기능과 구조를 평가하는 내용은 조직, 행정, 교수인력, 교육과정, 학생선발 등에 관한 총 12개 기준을 따르고 있다[9]. 평가는 포괄적 기관 자체평가(self-study)를 비롯하여 동료평가자로 구성된 평가팀이 현장 평가(on-site evaluation)를 수행하고, LCME에서 조사팀의 보고서와 관련 서류들을 검토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8]. 최종적으로 LCME에서는 인증을 거부 또는 철회할 수 있으며, 인증을 허가할 경우 예비인증(preliminary accreditation), 임시인증(provisional accreditation), 완전인증(full accreditation)의 형태로 인증평가 결과를 결정 및 통보한다. 임시인증을 받은 후 5년 이내에 완전인증을 받아야 하고, 해당 기간에 완전인증을 받지 못할 경우 최종적으로 결정된 인증상태는 철회가 되며 1년 후에 다시 인증평가를 위한 신규신청을 해야 한다. 예비인증 상태에서는 1차 방문조사를 통해 최초의 완전인증을 받고, 완전인증을 받은 경우에도 5년 후에 2차 방문조사를 통해 한 번 더 완전인증을 받게 되며, 이후에는 8년 주기로 검토를 받게 된다.
다만, 미국에서는 인증평가를 통해 예비인증을 받기 전까지 신규 의과대학에서는 학교에 대한 광고를 하거나 학생을 모집하는 등 신규 학생의 입학과 관련된 일체의 행위를 수행할 수 없으며, 관련 행위를 수행할 경우 신규 의과대학 설립 및 의학교육 프로그램 인증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자격요건을 박탈당하게 된다. 따라서 의과대학의 신규 설립은 LCME로부터 예비인증을 받는 것이 최소한의 요건이 될 것이며, 예비인증 이상의 결과를 받아야만 신규 학생 모집도 가능하다.

2) 의사인력 부족 문제와 의과대학 신설
미국에서 의사인력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한 이후 의과대학들에서 입학생 수를 증가시키는 정책이 실행되었고, 다수의 의과대학이 이미 신설되었거나 현재 설립 추진 단계에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미국 전문가들의 의견은 단순히 의과대학을 설립하거나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는 것으로 수렴되지는 않았다. 2013년 6월 Wall Street Journal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통해 의사인력 부족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온라인 심층 면접을 한 결과 여러 가지 의견들이 대안으로 제시되었다[10]. 예컨대 당시 면접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의사인력의 추가적인 양성이 오히려 공급자 유인 수요를 유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하였고, 의대신설 등의 방법으로 의사인력을 추가적으로 양성하는 것은 단순한 해결책에 불과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더 많은 의사를 원할 경우 수련 프로그램에 대해 국가에서 더 많은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었다.
AAMC에서도 의사의 부족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다면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며, 단일의 개혁만으로 의사 부족 문제는 쉽게 제거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5]. 특히 의과대학의 신설이나 의과대학 입학생의 증원만으로는 의사부족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졸업후 의학교육과정(Graduate Medical Educaion; GME) 즉 수련 프로그램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지원 확대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5,11]. 이는 앞서 2013년 전문가 심층 면접에서의 전문가 의견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미 텍사스의 경우에는 주 의회를 통해 450명 이상의 신규 수련의를 확보하기 위한 수련 프로그램 재정으로서 8천만 불 이상의 비용을 지급받은 바 있다[12]. 실질적으로 임상활동에 투입될 인력으로서 전공의의 중요성을 감안할 경우 단순히 의과대학의 입학생 수만 증원시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바이다. 또한 이는 의사의 전문과목별 불균형 분포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으로는 의사인력에 대한 규모, 분포 및 구성에 대한 추계결과 및 양적인 충분성에 대해 많은 논쟁이 이어짐에 따라, 이에 대한 정확한 현황 파악과 더불어 보다 더 구체적이고 정확한 연구가 시급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13].


3.2. 영국

1) 의과대학 신설 현황 및 과정
영국에서 신규 의과대학이 개설되는 것은 흔치 않은 상황이나, 2014년 9월 University of Central Lancashire(UCLan)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여 5년 과정의 의학교육 프로그램 개설을 준비하기 시작하였다[14]. 현재 UCLan의 경우에는 영국의학협회(General Medical Council; GMC)가 신규 개설에 대한 검토과정 및 방문평가를 거쳐 해외 유학생 대상으로만 의학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허가하였으며, 학교 평가체계를 포함하여 추가적인 발전이 요구된다고 평가함으로써 추후 방문평가 주기에 따라 모니터링하는 과정을 진행할 것으로 결정한 바 있다[15]. University of Buckingham은 2015년 1월 영국 최초로 사립 의과대학을 신설하였다[16]. University of Leicester의 의학교육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의대를 개설한 University of Buckingham은 학생모집 후 GMC의 첫 방문평가에서 전반적으로 의학교육에 대한 우수한 질 관리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유연한 학생 평가체계를 비롯하여 환자 및 공공에 대한 관여에 있어서도 꽤 진보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17]. 이외에도 추가적으로 4개 의과대학이 GMC의 승인을 받기 위해 검토 중에 있거나 평가대기 중에 있다.
영국 GMC는 정부주도의 의사단체이면서 독립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는 기구로서 환자에 대한 보호 및 의학교육과 의료활동에 대한 개선을 위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의사들의 자격시험을 주관하거나 자격을 부여하는 업무를 비롯하여 의과대학 신규 개설에 대한 검토 및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18]. 특히 신규로 의과대학을 설립하거나 공동으로 의학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던 다른 대학과 독립하고자 할 경우 그리고 영국이 아닌 해외에서 의학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할 경우 GMC에서 해당대학의 자격요건 및 프로그램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한다. 신규 의과대학 및 의학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질 평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GMC에서는 의학교육 및 수련에 대한 기준(Promote excellence: standards for medical education and training)을 따르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 기준의 핵심은 환자의 안전성으로서 총 5가지 평가 항목보다 환자 안전성을 가장 최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총 5가지 평가항목에는 교육환경 및 문화, 교육 운영체계 및 리더십, 학생 및 교육자에 대한 지원 그리고 교육과정의 개발/ 실행/ 평가에 대한 사항들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학부 및 대학원의 의학교육 및 수련에 대한 관리 및 전달체계가 환자 안전성과 더불어 5가지 항목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평가한다[19]. 또한, 신규 의과대학 설립을 추진하는 조직에서 GMC의 기준에 부합하는 신규 의학교육 및 수련 프로그램을 수립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질 관리 프레임워크(Quality assurance framework; QAF)를 제공하고 있다. QAF는 교육자 및 대학설립 조직에서 질 관리 프로세스 수립과 더불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 및 개선사항들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20]. QAF는 대학설립 조직에서 기준에 부합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수립한 후 방문평가(visits), 승인(approvals), 모니터링(monitoring) 과정을 거쳐 기준의 부합성 여부와 관련하여 GMC에서 의학교육에 대한 질 보증을 해 주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제시하고 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각 의과대학은 정규적으로 보고서와 더불어 특이사항에 대해 GMC에 전달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질 관리와 관련한 우려사항들이 제기될 경우 한층 강화된 모니터링(enhanced monitoring)이 진행되기도 한다. 또한, 정규 보고서를 통해 해당 의과대학에서의 효과적이거나 잘 수행되고 있는 사례를 보고할 경우 이를 다른 대학들과 공유함으로써 질 개선(good practice)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뿐만 아니라, GMC에서 지역별 검토 보고서, 의과대학 보고서, 국가 수련 서베이 등 다양한 근거자료(evidence)들을 공유함으로써 질 관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트렌드나 패턴을 파악하는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2) 의사인력 부족 문제와 의과대학 신설
2012년 12월 영국 NHS에서는 의사인력의 과잉공급을 우려하여 의과대학 정원을 2015년까지 124명 감축시켜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21] 당시 영국에서는 의사 수를 증가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NHS에서 너무 많은 의사 배출은 오히려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의대 입학정원을 감축하더라도 2025년에는 2024년보다 2만7천여 명 더 많은 의사들이 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4년이 지난 2016년 6월 Birmingham에서 개최된 Tory Conference에서 보건부 장관 Jeremy Hunt는 의과대학을 신설하여 2018년 9월부터 매년 1천 500명 이상의 의사인력을 추가 양성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22]. 영국의 경우 의사인력이 부족한 가운데 국내 의과대학 수련의에 대한 정원을 매년 6천여 명으로 제한하고 있으면서, 해외에서 유입된 의사인력에 대해 연간 33억 파운드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의사인력의 자체 충족률을 높이려는 시도가 있어왔고, NHS에서도 다음 의회임기말까지 이에 대한 정책을 실행할 계획이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의사인력을 추가적으로 양성하겠다는 이번 보건부 장관의 정책결정에 대해 일부 찬성하면서도 의대신설 등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드러내기도 하였다. BMA는 영국정부의 인력계획 부재를 비판하면서, 의대신설로 보다 많은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10년이 걸릴 것이며 이로 인해 NHS에서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의사인력을 차단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23]. 또한, University of Leicester의 Philip Baker교수는 신규 의사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많은 의대가 신설되더라도 의과대학에서 미래 의사 양성 방법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하였다[24]. 더욱이 신규로 배출된 의사들이 국가 전역에 균형있게 분포되는 것 또한 필요한 가운데, 경쟁적인 의대 설립과정을 통해 해마다 졸업하는 학생들 대상으로 수련을 통해 임상활동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것을 도전과제로 보았다. 이와 더불어 현재 영국의료체계에서는 수련 과정에 효율적으로 재정을 활용하지 못함에 따라 수련 체계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바, 자국 의대생의 수련 과정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있었다[25].


4. 국내 정책에 대한 함의점 및 시사점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의사인력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하면서도 수급 문제 및 해결방안에 대해 국내에서는 여전히 이해당사자들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의 수급 상태가 지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의사인력 공급이 부족할 것인지 과잉일 것인지조차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의료계 간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미 정부 및 정치권에서는 미래 의사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제로 의사부족 문제를 의과대학 신설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역사적으로 경험하였듯이 우리나라에서 의과대학의 신설은 양질의 의학교육이나 이를 수행하기 위한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정치적 이벤트와 더불어 소규모 의과대학이 신설된 경우가 다수이다. 이에 따라 의과대학 신설이 이차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됨으로써 부실의대가 양산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였다[3]. 궁극적으로 의과대학을 신설하고 더 많은 의사인력을 배출하기 위한 목적은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수요에 부응하고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인데, 부실의대를 통해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선진국에서 의사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의과대학 신설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리고 실제 의과대학 설립이 어떤 과정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고찰함으로써 우리나라 정책에 주는 시사점을 도출해보고자 하였다.
먼저 의과대학 신설에 대한 과정에 대해 비교분석 결과, 의료체계는 상이하지만 미국과 영국의 경우 모두 의과대학을 신설하는 데 있어 인증평가 기구가 관여하고 있다. 다만 설립에 대한 인가는 인증평가를 받아 해당 자격요건에 부합할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다. 미국과 영국은 신규로 의과대학을 설립하거나 의학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할 경우 인증평가 기구에서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설립계획안을 마련하고 인증평가기구의 독립적이면서 포괄적인 평가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인증을 받게 된다. 평가결과에 따라 신규 학생을 모집할 수 있는 시점이 정해진다. 즉, 의학교육의 내용을 비롯하여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설립 조직의 운영체계와 리더십 그리고 학생과 교수 확보 및 지원체계 등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충분한 자격요건이 갖추어졌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신규 의과대학으로서 운영을 시작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의과대학 설립을 정부에서 먼저 인가해주고 이후에 한국의학교육인증평가원을 통해 평가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전에 부실의대 양산을 방지할 수 있는 기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선진국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어 각국에서 의사인력의 수급 문제 해결방안으로서 의과대학 신설에 대한 정부와 전문가들의 입장을 검토해 보았다. 미국과 영국 모두 현재 베이비부머 세대의 인구고령화로 인해 의료서비스의 이용량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노령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의사인력의 고령화 및 은퇴가 맞물려 의사부족문제는 국가의료체계에서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AAMC가 2006년 수행한 추계연구 이후 지속적으로 의사 부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고, 추가적인 의사인력 양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영국의 경우 국내 의사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부 장관이 의대신설을 통해 매년 1천500여 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 모두 몇 몇 대학들에서는 신규로 의과대학을 신설하기 위해 LCME 또는 GMC에 인증평가를 신청하는 등 이미 의대신설에 대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 모두 의대신설이라는 단편적인 방법으로만 의사인력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특히 양적인 부족 문제도 중요하지만, 지역별 또는 전문과목별 의사인력 분포의 불균형 문제는 의사인력을 추가적으로 양성하려는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고, 수련체계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와 더불어 의과대학 또는 의학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영국 내에서도 의대신설에 대한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를 바탕으로 의대신설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 공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에서는 의과대학 및 의대정원의 단순한 증가보다는 양질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의학교육의 중요성과 더불어 국가차원의 의료인력계획 수립의 필요성을 보다 더 강조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의료계에서 의대신설을 요구하기보다 의료계가 아닌 이해당사자들이 잇따라 의과대학을 신설하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 보건복지부가 의료취약지 등에서 의료활동을 할 의사인력을 양성할 목적으로 국립보건의료대학의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공의료분야로 구분지어 별개의 의과대학인 것처럼 신규 개설을 주장하고 있지만, 의대신설 논의는 전문가 단체인 의료계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의대신설을 추진하기보다 의사인력의 정확한 추계부터 수급불균형에 대한 대응방안에 대해 보다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일부 문제가 되고 있는 부실의과대학에 대한 해결조차 하지 못한 상황에서 의과대학 신설은 같은 상황을 재연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이미 부실의대로 낙인된 의대의 폐쇄조차 수월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의대를 신설하려는 정부 및 정치권의 방안은 의료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실질적으로 임상활동의사 인력을 확보하는 것과 더불어 특히 의료취약지 등에서의 업무 수행 등을 유인하는 데 있어 의학교육(또는 의과대학)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입학생의 증원보다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충분한 자질을 갖춘 전문인력으로 양성하기 위해 교육단계에서부터 의료현장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 전환 및 의료취약지에 대한 기여 등에 대한 동기유발 기회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의과대학 신설은 의사인력의 수급에 큰 변화를 유발하는 중요한 사안이므로 정치적인 쟁점으로 논의되기보다 의사인력계획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 측면에서 의료전문가와 협의하여 신중하게 계획하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의사인력이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를 이용한 의과대학 신설 주장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며, 의료계 전문인력의 부족이 문제가 된다면 장기적으로 질 높은 인력의 양성을 고려하여 의료계에 발전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1) 의학박사(Doctor of Medicine ; M.D.)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의과대학에 한하며, 정골요법 의사(Doctor of Osteopathic Medicine ; D.O.)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의과대학은 추가로 50개가 설립되었음.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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