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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년전 한방고서에 나오면 안전하다는 잘못된 믿음 / 한 정 호
 
<편집자 주> 박인숙 의원은 지난 10월에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약에 대한 임상시험을 면제하는 관련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수백년 전 한방서에 제조법이 실려 있으면 임상시험을 면제받게 함으로써 우리 국민은 자신이 먹는 한약이 무슨 성분으로 구성되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설문조사결과 국민의 87%가 ‘한약의 경우 임상시험이 면제된다’는 사실을 몰랐고, 80%는 ‘임상시험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답한 점 등을 비추어 볼 때,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시스템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국민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한약에 대한 검증을 어떻게 시스템으로 구축할 것인지 고민해본다.
 

서론

2016년 4월 대한의사협회에서는 한국갤럽을 통하여 국민 1,010명을 대상으로 한약의 안전성과 약효에 대한 인식과 함께 앞으로 방향을 설문하였다. 한약은 ‘기성 한약서’ 즉, 한방 고서에 실린 재료와 방법으로 만들면 안전성과 약효 검증이 면제된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고 미래에도 이러한 제도가 존속되어야 할지 물어보았다. 86.5%의 국민은 동의보감과 같은 옛 문헌에 기재돼 있으면 임상시험이 면제돼 조제 및 처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며, 고서에 기재돼 있더라도 이를 이용해 한약이 새로 개발됐다면 약효와 안전성을 위해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81.1%를 차지하였다. 그리고 한방에 대하여 관대한 우리 국민의 정서를 감안하면 예상과 달리 ‘모든 한약의 약효 및 안전성 검증을 위해 임상시험을 반드시 거쳐야한다’는 응답이 76.4%로 압도적이었다. 또한 모든 한약에 대한 임상시험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공감하지 않는 238명의 응답자조차 암 치료용 처방 한약은 임상시험이 필요성에 대하여 60.7%가 공감하였다. 본고에서는 현행 법규의 문제점과 국민건강을 위한 해결방안을 자세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본론

1) ‘기존 한약서’는 그냥 믿어야하는 경전인가?

1953년 한약업사의 업무 범위를 규정하기 위하여 ‘기성 한의서’란 것이 만들어지고 전해져 왔으며, 정부에서는 2002년, 2008년 ‘기존 한약서’로 명칭을 바꾸고 4만여 개의 처방이 수록된 10종의 한방고서를 정하였다. 그리고 이 기존 한약서 10종에 기재돼 있는 한약재를 이용, 한의사가 전통 한방원리에 의해서 사용하는 것에 대하여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현대적 검증’을 면제해주었다. 정부에서는 한의사들에게만 이러한 특권적 권한을 주는 것으로 부족하였는지, 제약회사들에까지 이 ‘10종 한약서’에 기재된 처방 그대로 만들면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한 심사를 면제해주도록 하였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천연물 신약’ 중 자료제출 의약품에 해당하는 제제의 품목허가 과정에서 한방고서의 추출법이나 한방의료기관에서 임상적으로 사용하던 제품 등에 대해 독성시험 자료를 면제해주었다.

그런데 대표적인 한의학 고서인 ‘25권의 방대한 양의 동의보감(허준, 1610)’에 나오지 않는 동양의학의 처방이나 천연물은 없다고 할 정도 그 내용이 많고 자세하다. 하지만 이 내용은 한의학 연구자들의 주장으로도 전 장에 걸쳐 한의학 이론에서부터 처방, 약성에 이르기까지 중국 책을 인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동양의학, 특히 동의보감에서도 음양오행(오장:심장, 폐, 간, 비장, 신장)과 기의 움직과 병인론은 ‘황제내경’을 인용하고 있다는 것은 알기 쉬운 사실이다. 그런데 황제내경은 기원전의 중국 청동기 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황제내경을 포함한 동양의학 4대 원전인 ‘신농본초경’ 또한 기원전에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다른 2권인 상한론과 금궤요략은 서기 200년경이라고 한다. 즉, 한국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면제된 한약/한약제제는 조선의 500년 전 지식수준도 아닌, 중국의 2000년 전 지식・과학을 현대에 그대로 한국의 정부가 인정하고, 한국 한의사의 개별 처방 또는 제약회사에서 대량으로 생산하여 국민에게 투약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고서에 나오는 재료와 처방이 수백 년간 사용되어 왔으니 안전하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위의 주장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수은은 탈모 치료와 피부 부스럼의 치료제이며, 각종 동물의 대변이 치료제로 등장한다. 90년대 초, 여러 한약재로 만들어진 다이어트약이 유럽에서 유행하고 만성신부전으로 신장이식환자가 늘어나자, 원인을 찾는 중 한약재의 아리스톨로킥산(aristolochic acid) 성분이 신독성, 신장암을 유발하는 것이 알려져 사용 금지되었다. 그제야 중국, 대만, 일본, 한국에서도 문제점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과연 이러한 성분이 또 없을지 현재로써 우리는 알지 못한다.


2) 먹는 약을 혈관에 주사하거나 폐로 흡입해도 될까?

백혈병을 90% 이상 완치하는 기적의 한방항암제, 폐암을 80% 이상 완치하는 한방항암제를 비롯하여 약침이란 이름으로 주사하는 한약까지 만연하고 있지만 보건 당국은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아토피/천식을 치료하는 한방 네뷸라이저 흡입기까지 유행하고 있다. 첫째, 동서양을 막론하고 암의 발생기전과 치료방법에 대한 지식은 최근 100년 사이에 대부분이 밝혀지고 적립된 것인데, 황제내경과 동의보감에 나오는 처방이 각종 암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언제까지 그냥 믿어야 할 것인지 의문이다. 의학에는 동서양이 없고, 외과, 내과란 의미가 없다. 즉, 최선의 치료법과 차선의 치료법이 있을 뿐이다. 위암에 대한 일차치료법, 이차치료법, 삼차치료법이 전 세계의 과학자와 의학자에 의하여 꾸준히 검증되고 업데이트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국민은 스스로 어느 치료법이 최선인지 인터넷 검색을 하여 선택하라는 것은 국가의 책임을 국민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을 뿐이다. 둘째, 과거의 한약은 입으로 먹는 것이었기 때문에 위장관과 간을 거쳐 흡수되어 어떤 독성이 있어도 대부분은 여과가 가능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혈관이나 근육에 직접 주사하는 한약, 폐로 직접 흡입되는 네뷸라이저(가습기보다 더 강력한 폐흡입) 한약은 아무리 오래 전부터 경구로 섭취된 동식물이라고 하여도 인체에서 어떤 작용을 할지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정부에서는 ‘기존 한약서’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면제한다는 답변만 할 뿐, 국민의 안전, 특히 말기 암 환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고가에도 매달리는 한방항암치료와 어린이들이 주로 받는 한방 네뷸라이저 흡입기에 대하여 계속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3) 레이저는 ‘황제내경’에 나온 원리라는 복지부 공무원의 주장

최근 국회와 정부에서도 기원전의 주장은 황제내경으로 토의한 내용을 돌아보자. 2011.6.28.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한의약 육성법을 심의 중, “박## 국회의원이 ‘피부과에서 사용하는 IPL (intensive pulsed light, 보통 피부레이저치료로 불림)을 한의사들이 사용할 수 있습니까?’란 질문에 보건복지부 김## 한약정책관(한의사)은 ‘IPL은 자연광 치료기에 해당하는 겁니다. 황제내경에도 태양광 치료방법 등의 근거가 있으므로 현재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IPL의 원리는 1983년 하버드의대 앤더슨 교수가 [사이언스] 지에 발표한 ‘선택적 광열분해 이론’을 바탕으로 1993년 개발된 장비로서, 태양광(자연광)에 포함된 라디오파, 마이크로파,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X-선, 감마선 중에 515-1,200nm의 파장만을 필터를 이용하여 이를 20만 배로 증폭하여 피부질환의 치료에 사용하는 진보된 장비이다. 보건복지부 공무원의 주장의 근거인 황제내경의 사기조신대론[소문 제1편]에는 축약하면 ‘여름에는 해를 싫어하지 말고, 겨울에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고, 반듯이 햇볕을 쪼여라.’라는 단 2문구가 나온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법원은 2010년 7월 22일 한의사가 IPL을 이용한 피부치료는 ‘한의에서 행해지는 IPL의 사용은 현대 기기를 이용하여 경락을 자극하고 기혈순행을 높여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의사에게 IPL 사용하는 판결을 내었다. 성경의 창세기에 ‘태초에 하나님이 빛이 있으라(3절), 해를 창조하셨고(14절), 빛을 비추기 위함이다(15절)’라는 구절을 보고, 대한민국 국회와 정부는 IPL이 성경에 기반을 둔 의료기기이므로 교회에서 사용을 승인해야 한다는 논리와 무엇이 다른지 궁금하다. 다행히 대법원에서 한의사 IPL은 불법임을 판시하였지만, 헌법재판소와 여러 재판을 이용하여 위의 IPL과 같은 현대인으로서는 믿기 어려운 판결을 보건복지부 공무원과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중이다.
‘기존 한약서’는 수백 년 전에 쓰인 조선의학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2천 년 전 중국의 세계와 우주, 인간을 바라보는 철학과 의학을 그대로 편집하거나 살을 붙인 내용이다. 그런데 21세기에 당대의 주장을 여과 없이 약으로 사용하고, 현대과학에 기반을 둔 과학기계조차 중국 고서의 원리에 있는 것이라는 국수주의적인 해석을 국가 공무원이 나서서 하는 현실은 ‘이게 나라인가’란 말이 절로 나온다.


4)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안전성 검증부터 시작해야

한약의 안전성 검증을 이야기하면 식약처에서 나오는 우려는 ‘여러 성분이 섞여서 성분분석도 어렵고...’란 말부터 시작한다. 어려운 것과 불가능한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우리나라나 일본에 충분한 능력을 갖춘 기관들이 있으며, 동물실험을 거쳐,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인프라도 충분히 있다. 우선 제약회사와 한방병원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한방제재’에 대하여 안전성, 유효성 검증을 거치고 생산하도록 하여야 한다. 민족이나 전통이란 이름으로 객관적 검증을 면제해주는 것은 조상의 이름을 팔아 자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밖에는 안 된다. 이후 정부 차원의 로드맵을 가지고, 한약분업 등 단계적으로 국민에게 안전성을 확보하는 변화를 시작해야한다.


결론

가습기 살균제도조차 제대로 검증을 거치지 않고 유통되면 수천, 수만의 국민이 평생 고통에 빠지는 것을 옥시사태를 통하여 전 국민이 지켜보았다. 하물며 성분이 명확한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를 밝히는데도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서 수년간의 소송을 해야 밝혀졌는데, 여러 동-식물과 광물이 섞여 수백 가지의 성분이 혼재되어있는 한약 및 한약제제가 장단기적으로 어떤 유해성이 있는지, 그리고 정말 그만큼의 위험을 감수하고 비용을 지불할 효능이 있는지를 일반인이 알아내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에 대한 검증은 국가의 책무이다. 더는 국민을 위험 가능성에 방치하지 말고, 하루빨리 정부 부처는 제약회사와 한방병원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지는 한약제제에 대한 안전성, 효과 검증을 하고 국민에게 모두 공개해야한다. 또한, 한의원에서 처방되는 한약에 대하여도 현대에 밝혀진 질환(암, 자가면역질환 등)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하며 사용된다면 이에 합당한 현대적인 안전성, 효과 검증을 하여 국민이 안심하고 한약제제와 한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작성일 :

 2017-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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