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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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 향상을 위한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 / 고 병 수
 
<편집자 주> 급격한 고령화로 노인과 노인의료비가 증가하고 있으며, 만성질환에 투입되는 비용도 늘어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무너진 의료전달체계와 양극화 심화, 저수가로 인한 문제가 심각함을 경고하고 있다. 한편 국민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에 ‘국민건강증진’이라는 목표달성에 가장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방안으로 지역사회의 중심 의료인 일차의료가 주목받고 있다. 일차의료를 활성화 하고 바르게 정립하기 위해 중요하고 시급한 정책적 대안은 무엇이 있는지, 사회적 합의의 과정들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 등을 고찰해본다.
 

1.서론

일차의료란 지역사회 중심의 의료를 말한다. 지역사회는 또 사람이 사는 모든 곳을 지칭하는 말이니, 일차의료란 사람이 사는 모든 지역에서 그 주민들을 대상으로 일차의료 전문 의사와 보건의료 인력들이 협력하여 질병의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 및 건강증진의 내용까지 포함한다. 즉, 포괄적인 보건의료의 문제를 지역주민들과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 해결해 나가는 가장 근본에 위치하는 보건의료체계이다.
일차의료의 중요성은 근래의 역사 속에서 여러 분야 전문의들이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강조된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서 주민들의 전인적이고 총체적인 건강관리를 담당할 의사들이 있어야 하는데, 여러 전문과들이 개원을 하지만 정작 필요한 일차의료 전문 의사들은 부족하거나 수련이 안 되어 있었다. 그래서 1970년대 후반을 거치면서 일차의료를 전담할 가정의학과가 만들어졌으나 우여곡절 끝에 20여 개 전문 과목 중 하나로 편입되었고 그 힘이 줄어들고 만다. 사실 일차의료는 독립적이면서 다른 전문과들과 협력 관계를 맺으며 자리 잡아야 하지만, 여러 전문과 중 하나가 된 가정의학과는 많은 전문과 중 하나이면서 경쟁의 위치에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오래도록 한국에서는 전문의가 혼재되어 개원하고 있으며, 여러 건강상의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돌봐줄 일차의료 전문 인력이 성장하지 못하게 되었다.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이 지역에서 처음 사람들을 진료하고 방침을 세울 수 있는 의사들이 중요하다. 심각해지는 만성질환이나 노인의료를 해결할 주체들도 일차의료 인력들이다. 지역사회의 기본적인 의료이며, 여러 전문 분야와 협력하면서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강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하는 일차의료가 제 역할을 찾고 정립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그 위상에 대해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잘 만들어진 정책으로 국민에게 훌륭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


2. 일차의료가 더 중요해진 배경

일차의료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접하고, 가장 많이 찾는 의료이다. 일차의료 영역에서는 지역사회의 흔한 질환들이나 건강상의 문제들을 해결하게 되는데, 급성 호흡기 질환이나 위장관 질환 같은 것들도 있지만, 요즘은 각종 만성질환이나 노인들의 질환을 일상적으로 해결하는 곳으로 그 중요성이 인식되기도 한다.
만성질환은 평균 수명이 높아지고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그 합병증으로 인해 고통 받게 되기도 하지만 사망 요인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여러 만성질환 중에서 당뇨로 인한 사망률은 최근의 보고에 의하면 OECD 평균의 두 배를 넘고, 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암에 이어 두 번째에 해당하며, 뇌졸중은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뿐 아니라 의료비 부담을 가중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당뇨와 고혈압은 의료비 부분에서도 상위를 차지하며, 해마다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2014년 건강보험 통계를 보면 전체 의료비 54조 5천억 원 중에서 만성질환 관리비는 35%인 19조 4천억 원을 사용하였으며, 그 증가 추세도 눈에 띄게 높아지는데, 2003년 전체 진료비 중 26%이었던 것이 2007년에 32.9%, 2014년에 35%로 나타난다.
그리고 만성질환 중에서 2~3개 이상의 것을 동시에 가지는 복합만성질환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 만성질환의 관리는 점점 심각한 국가적 보건의료 문제가 되고 있다. 흔하면서 중요한 만성질환의 경우 지역사회의 일차의료가 해결해야 효과적이고 적절히 해결할 수 있기에 일차의료의 중요성은 더욱 절실하다고 하겠다.
국내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26년이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게 되는데, 노인들의 의료비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15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의하면 약 58조 원의 전체 의료비 중에서 38%에 해당하는 약 23조 원의 비용이 노인의료비로 소요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60세 이상 인구의 만성질환 증가율은 전체 인구의 두 배 이상인 5.3%씩 증가하고 있어 노인들의 만성질환 또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인식되는 보건의료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일차의료의 정립은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지역에서 만나는 여러 급성기 질환들, 어린이 건강관리, 여성 건강의 문제뿐만 아니라 최근에 점점 그 중요성이 증가하는 만성질환 관리와 노인이나 장애인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위치에 있는 것이 일차의료이다.


3. 한국 일차의료의 현실


수십 년간 일차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오긴 했지만 정작 일차의료를 정립하기 위해서 개혁 정책이 마련되거나 중장기적 계획이 세워진 적이 없다. 1978년 가정의학과가 도입되어 일차의료 전담 의사 양성을 꾀하였지만 실패하였고, 1995년 김영삼 정부 때와 1998년 김대중 정부 들어설 무렵 두 번의 주치의등록제도 노력이 있었으나 역시 빛을 보지 못하였다. 이후로는 만성질환관리제도니, 고혈압・당뇨 사업이니 지역사회일차의료시범사업 등이 시도되고 있지만 일차의료가 가지는 중요 요소들을 구현해내지 못하고 있어서 부분적인 노력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렇듯 한국에서의 일차의료는 자리매김도 하지 못하면서 표류해 왔다. 그러다 보니 지역에서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효율적인 보건의료 정책을 펼치지도 못하고, 의료기관 이용은 기형적으로 진행되고, 지역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고통은 점점 심화되어 가고 있다.
간단히 한국에서의 일차의료가 가지는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가보자.


(1) 일차의료가 정의되어 있지 않음

위에서 언급했듯이 일차의료가 어떤 것인지는 여러 보고서나 자료에 나와 있기는 하지만 일차의료가 발달한 외국의 경우에서 따온 것이고 정작 한국의 현실에 맞는 정의가 세워져 있지는 않다. 가톨릭대학교의 이재호 교수와 일차의료연구회에서 제안한 일차의료에 대한 개념은 있어도 대한의사협회나 관련 단체들이 공론화하고 합의에 이르게 된 개념이 아니다 보니 서로 사용하는 의미가 다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동네의원이 일차의료기관인 것처럼 착각이 되고, 일차의료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데도 지역에서 개원한 많은 전문과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하거나 혼재되어 제대로 된 내용을 도출하지 못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동네의원 진료는 일차의료가 아니며 동네의원이 곧 일차의료기관도 아니다. 일차의료 활성화는 이러한 정의와 역할의 명확한 자리 잡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2) 일차의료 전문 의사의 부족

프랑스는 전체 진료 의사 수 20여만 명 중 일차의료 전문의가 10만 명이 넘으며, 유럽에서도 그 수가 적은 편이라는 영국(United Kingdom)만 해도 진료 의사 수 14만 명 중에 일차의료 전문의가 4만여 명이다. 반면에 한국은 개념이 불명확하다 보니 일차의료 전문의 통계 수치를 잡을 수도 없지만, 비슷한 역할을 하는 몇몇 동네의원 의사들을 합쳐도 2만 명도 안 될 것으로 추산된다. 동네에서 개원한 단과 전문의는 많은데 일차의료에 적합한 역할을 하는 전문의가 부족하다는 반증이다.
주민들은 자신이나 가족에게 건강상의 문제가 있으면 전문 과목을 구분하지 않고 찾아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개원 전문의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는 단과 전문의일지라도 일상적인 의료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면 일차의료 범주에 넣자는 현실적인 대안을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으나, 이러한 것들은 결국 의사 집단의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내용이다.


(3) 경쟁에 내몰리는 일차의료

흔히 알다시피 일차의료가 발달한 외국에서는 지역에서 개원하는 숫자도 조절하면서 의사 분포가 편중되지 않게 노력을 기울이며, 단과 전문의 개원이 흔치 않기 때문에 일차의료 의사들은 충실히 자기 일에 신경쓰면 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개원한 여러 전문의와 경쟁을 해야 하며, 더 힘든 상황은 점점 그 규모를 키워나가는 대형병원의 외래와 치열한 경쟁 구도에 내몰리고 있다는 현실이다. 이로 인해 여러 동네의원이 진료과목을 숨기고 다른 전문 과목으로 진료하거나 비교적 수입이 좋은 피부나 미용 쪽으로 진료 형태를 돌리는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4) 질 낮은 일차의료라는 불명예

국민이 동네의 일차의료기관을 선택하는 이유는 사는 곳과 가깝고 자신을 잘 아는 의사가 지속적으로 진료하므로 좋다는 의견이 많다. 이것이 일차의료의 중요한 속성인데,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을 필두로 한 상급종합병원 외래를 선호하는 경향도 다수 있는 것은 무리하면서라도 그쪽으로 가면 좋은 진료를 받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일차의료가 질이 낮은 것이 아니라 적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봐야 하는 박리다매 형식의 왜곡된 진료 행태가 이루어져 충분한 시간을 들여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설명도 하는 것이 불가능한 현실 때문에 비롯된 것이지, 일차의료 의사들이 수준 낮은 것은 절대 아니다. 이러한 현실을 바로 잡는 것은 일차의료를 강화하는 지불제도 개선이나 수가의 문제도 있지만, 그와 더불어 일차의료를 제대로 서게 하는 제도 개혁이 있어서 안정된 진료가 보장될 때 가능하게 된다.


4. 한국의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

한국의 일차의료는 그 개념이 제대로 규정되어 보지도 못했고, 그에 따라 각 전문의들이 혼재되어 개원하는 모습으로 흘러왔다. 따라서 이러한 혼란을 극복하는 것부터 먼저 시작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일차의료 정립을 위한 입법화가 필요하다. 그러한 과정은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의사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이나 관련 단체들이 합의를 해 나가는 공론화 과정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차의료 관련 정책들이 나올 때는 정부 내에서나 어디에선가 튀어나오듯 해서 의사들이나 시민들의 이해를 구하지도 못하고 폐기되곤 했다. 그것은 바로 이러한 공론화 과정이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러 곳에서 이루어지는 일차의료의 모범적인 모델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일차의료 정책들이 따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지역사회 정착 모델이나 공동개원(Group practice) 형태로 진료하는 의원들을 연구하고 지원하면서 관련 정책들이 마련되어지면 좋은 형태의 일차의료 모습들이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일차의료 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루어지면 입법화 및 모델 개발이 있어야 하며, 동시에 일차의료 인력 확보에 대한 노력도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의과대학 단계에서부터 수련 과정, 보수교육 등 관련 교육수련 체계 전체에 대한 변화가 있게 된다.
일차의료를 지원하게 될 여러 지불제도들의 개편도 필요하다. 일방적인 진료 수가 인상이라는 것은 모든 전문 과목들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작 필요한 지역사회 기반 일차의료기관에는 만족스럽지 못할 수가 있다. 일차의료가 가지는 여러 의료 내용 중에 적절한 수가체계를 만듦으로써 의사들은 안정되고, 지역주민들은 만족하게 되는 모습으로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이 외에도 일차의료 발전이나 정착을 위해서 해야 할 일들은 너무 많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사회적 합의이다. 여기에 동력이 있는 것이고, 지속성을 담보하는 지구력이 있기 때문이다. 부디 격동의 2017년에는 정말 실질적인 일차의료 개혁의 디딤돌이 마련되어지길 빈다.

 

 

 

 

작성일 :

 2017-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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