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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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례를 통해 본 의료분쟁의 문화적 해결책 모색 / 김 경 희
 
<편집자 주>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 조항 등이 포함된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소위 신해철법)이 2016년 11월 30일 시행되었다. 이에 지난 5월, 19대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기까지의 경과와 주요내용 등을 살펴봄으로써 법 개정이 우리 사회에 남긴 정책적 함의를 고찰한다. 나아가 법 개정시 검토과제로 남겨졌던 숙제들이 하위법령 개정 과정 등을 통해 얼마나 합리적으로 해결되었는지 개괄한다. 결국 이를 통해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하여 상 호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의료분쟁조정법의 바람직한 미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본다.
 

1.서론

1999년 미국 국립의학원(Institute of Medicine, IOM)에서 ‘To Err is Human: Building a Safer Health System(과오는 인지상사: 안전한 의료체계 구축)’을 통해 미국 내에 연간 44,000명에서 98,000명이 의료과오(medical error)로 사망한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의료과오를 줄이고 이에 따른 의료분쟁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다(Kohn et al, 1999). 그러나 최근 Makary과 Daniel(2016)은 IOM(1999)이 발표한 수치는 과소평가되었으며, 의료과오와 관련한 평균 사망자 수를 251,454명으로 추산하여 미국 내 세 번째 사망원인으로 보고한 바 있다(Makary& Daniel, 2016).
한국 역시, 1980년대 후반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건강보험 제도의 시행과 질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의료사고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한 규모 및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은 부재하여, 의료소송 건수와 판례분석 등을 통해 파악해야 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Choi는 의료소송 1심 접수를 기준으로 1990년 84건, 2000년에 519건, 2003년 755건, 2004년 802건, 2005년 867건, 2006년 979건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보고하였으며, Lee는 우리나라의 의료사고 발생현황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통계연보 분석을 통해 추계한 결과, 2010년 기준 국내 병원 입원환자 574만 4,566명 중 약 52만 명(평균 9.2%)이 의료사고를 경험하였으며, 이 중에서 약 39,109명(평균 7.4%)이 의료사고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의료사고는 법적 대응 전 단계에서 책임소재 등의 문제로 의사와 환자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다.
의료분쟁은 의료사고가 발생하고 의료기관 혹은 의사와 환자를 포함한 피해자 집단 사이의 의사소통에서 갈등이 고조되어 발생한다. 의료분쟁 감소를 위해서는 법과 제도 등의 개정 이외에도 사회문화적 제도가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2011년 4월, 정부는 증가하는 의료사고에 따른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였다. 동 법의 개정 전후로 환자・소비자 단체와 의료계 단체 간에 논란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또한, 2016년 11월 30일, 사망・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장애등급 제1급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로 인해 발생한 의료사고의 분쟁 조정신청 자동개시 조항 등을 개정한 의료분쟁조정법(소위 신해철법)이 시행되었다.
의료사고는 의료행위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불상사로, 의료과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의료행위는 일정한 위험이 있으므로, 의료사고를 가치중립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의료사고 정보공유와 의료사고 발생 시 진실말하기 등에 대한 문화형성 장려가 필요한 시점이다(Kim, 2015).
이에, 본고는 미국 내 의료소송 감소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 사과법과 사과법 도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 감소 등의 효과성 연구결과 등을 소개함으로써 한국 내 유사제도 도입근거를 제시하고, 향후 사과법 도입방안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의료행위는 일정한 위험이 있으므로, 의료사고를 가치중립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의료사고 정보공유와 의료사고 발생 시 진실말하기 등에 대한 문화형성 장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2.본론

2-1. 미국의 사과법(부분 사과법과 완전사과법)에 대한 이해

미국 내 사과법(apology laws)은 의료사고 후 의료진이 사과 또는 애도의 의미를 표현하는 것에 대한 법적인 보호를 위해 도입된 법으로 1986년 메사추사스 주에서 처음 도입되었다(Saitta&Hodge, 2012). 그 이후로 의료인이 환자 또는 유가족에게 사과하는 것은 법정에서 과오 또는 법적 책임에 대한 증거로 인정될 수 없다고 결정되었다. IOM의 의료과오에 대한 발표 이후인 1999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어 현재 워싱턴 DC와 괌을 포함한 38개 주에서 시행되고 있다(National Conference of State Legislatures, 2014).
미국 내 사과법은 부분사과법과 완전사과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부분 사과법은 의료인의 사과에 대한 발언을 보호하는 법이며 완전사과법은 의료인의 의료과실 사실인정에 대한 발언을 보호하는 법이다. 대부분의 주는 전자에 대한 법이 도입되어 있으며 사과법이 도입된 38개 주 중 6개 주에 완전사과법이 시행되고 있다(National Conference of State Legislatures, 2014). 완전사과법을 도입한 주의 한 예로 위스콘신을 살펴볼 수 있다. 위스콘신의 사과법은 2014년 제정되었으며 의료진의 사과, 자비, 연민, 조의, 잘못, 법적 책임, 회한, 책임, 동정의 의미가 포함된 말 또는 행동을 법적 책임에 대한 근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기술되어 있다. 다만, 법적 대응이 시작된 후 위와 같은 말 또는 행동을 취했다면 법적인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Wis. Stat. § 904.14(2). 반면 캘리포니아와 같이 부분사과법이 도입된 주는 환자에게 자비 또는 연민을 의미하는 말, 글, 행동을 법적 증거로 사용할 수 없으나 책임 또는 잘못에 대한 말은 법적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Cal. Gov’t Code § 11440.45). 부분사과법이 도입된 주의 의료분쟁 소송기간은 3.3±2.0년이었으며 완전사과법이 도입된 주는 2.6±1.4년으로 발표한 바 있다(McKenna et al, 2016). 현재 미국 외에 이와 같은 사과법을 도입하고 있는 나라는 캐나다, 영국, 웨일스, 호주, 홍콩 등에서 국가적 또는 도립 단위로 도입되었다(Carroll et al, 2015).


2-2. 미국의 사과법과 의료소송 감소 등의 효과성 검증 연구고찰

미국의 의학계는 의료사고로 인한 사망 및 의료분쟁 건수를 완화하고, 의료사고 발생 후 환자의 알 권리와 윤리적인 측면에서 의료인은 환자에게 상황에 대해 솔직한 설명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Sohn(2012)은 사과법 제정 이전부터 의료사고 발생 후 신속한 사과와 진실말하기 프로그램을 통해 의료소송 비용 등이 상당히 감소하였음을 보고하였다.
2002년 미국의 미시건 대학병원은 진실 말하기 프로그램(Open Disclosure Program)의 도입 전(2001년)과 후(2005년)를 비교한 결과, 의료소송 건수는 262건에서 85건으로 감소하였음을 보고한 바 있다(Sack, 2008).
의료사고 발생 시 사과의 효과성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의료분쟁 방지 또는 완화 효과가 있음이 보고된 바 있다. 간단한 사과로도 환자 또는 유가족에게 사건에 대한 종결감을 유발하여 사고로 인한 분노와 같은 감정을 완화함으로써 의료분쟁을 방지하거나 낮은 보상금을 지불한다고 보고하였다(Saitta&Hodge, 2012). 실제로 사과법 도입과 위험관리 역량이 증가하여 2000년에서 2009년에 지급한 보상금이 $15,447에서 $10,772로 감소하는 등의 의료분쟁 비용이 감소하였다는 연구가 보고된 바 있다(Rothstein, 2010). 이러한 사과의 효과성으로 인해 의료인이 사과의 뜻을 표현하는 행위의 법적 보호를 위해 사과법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어오고 있다.


2-3. 의료분쟁과 사과전략 간의 관계성 연구고찰

의료사고는 의료행위의 특성상 발생과 결과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의사의 고의성이 없어도 인간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에 환자 또는 환자가족 등의 피해자들은 매우 강한 분노를 표출하게 된다. 이미경(2011)은 의료사고 발생 후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의 회피나 침묵과 같은 수동적・소극적인 대처는 피해자 및 가족에게 무력감과 좌절감을 주며, Levinson(1997) 등은 내과질환 의료사고 발생 후 소송을 제기한 집단과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집단 간에 소통에 대한 차이가 있음을 보고하였다. Beck(2002) 등은 의료사고의 소송원인을 분석한 결과, 정확하지(dysfunctional) 않은 정보 전달 25%, 의사들의 듣는 태도가 8%를 차지하였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Robbennolt(2009)는 의사의 자세한 설명과 사과는 분노와 조직의 책임을 줄이고, 신뢰를 향상시켜 의료소송을 40% 감소시키는 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Robbennolt, 2009).
Song등 (2016)은 crisis communication 이론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1차 의원에서 다빈도로 발생하였던 의료사고의 유형을 개발하여 의사와 환자 간의 관계성 척도를 위기발생 전과 후에 측정하여 시간경과에 따른 대응전략의 상호작용 효과를 검증한 바 있다. 시술에 의한 각막염 사고로 직접적인 의료행위로 분류되는 의료사고(시나리오Ⅰ)와 침대불량에 의한 낙상 사고로 간접적인 의료사고로 분류되는 의료사고 (시나리오Ⅱ)의 반복측정 분석 결과를 보면, 부인전략보다 사과전략이 대응 전후 신뢰, 상호통제, 헌신, 만족의 평균차이가 작았다.


3. 결론 및 제언


의료행위의 복합성과 특수성으로 의도치 않게 의료사고가 증가한다는 연구를 보더라도(Wallace et al., 2013), 의사와 환자 간 위기상황은 특정 의료행위나 병원에 국한하지 않고 경상정도의 의료사고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미국의 사과법에 대한 효과성을 검증하여 보고한 대다수의 연구들은 의료사고 즉시 환자(또는 환자 보호자)에게 위로와 공감을 표현하는 사과전략을 우선하는 것이 의료분쟁을 줄일 수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진료과실에 대한 책임 여부와 관계없이 사건의 진실을 전달하고 환자 측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의료사고 현장에서는 의료인의 최소한의 설명만이 이루어지고 있다. Crouch 등(1983)은 상기와 같은 이유를 의료인이 의료사고 발생에 대해 공감과 위로(또는 사과)를 하는 경우에 자신의 잘못이나 책임을 전제로 할 수 있고 심리적 부담감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Crouch et al., 1983).
또한, 우리나라는 의료사고 발생 후 의료인의 사과는 의료인의 과실로 받아들이는 문화적 정서로 인해 의료계 역시 ‘사과법 또는 진실 말하기 프로그램’을 쉽게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특히, 의료계는 법적인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사과법 또는 진실말하기 프로그램 도입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의사와 환자 모두가 적극적인 대화를 시도하고 진정한 유감의 표현을 하는 것은 의료분쟁의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이에, 한국 내 사과법 도입에 앞서 의료계와 소비자 단체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합의 하에 제도와 절차, 그리고 대중들과의 소통전략에 대해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해야 할 것이다. 제도와 절차의 측면에서는 미국의 사과법과 같이, 의료인의 사과에 대한 발언을 보호하는 부분 사과법과 의료인의 의료과실에 대한 사실인정에 대한 발언을 보호하는 완전 사과법에 대한 도입 여부와 향후절차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의료사고 시 의료인들에 대한 심리적 지원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대중들과의 의사소통 전략 측면에서는 대한의사협회가 중심이 되어 의료기관에서 의료인과 환자 간의 진료 시 소통방안과 의료사고 발생 시 대응전략 가이드라인 등을 개발하여 의료인과 환자 간의 상호신뢰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를 기대한다.

 

 

 

 

작성일 :

 2017-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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